“오늘 우승에는 아빠도 함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승을 확정 짓는 퍼트를 하면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미동포 대니얼 강(25)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생애 첫 승을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밝힌 사부곡(思父曲)이다.
대니얼 강은 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올림피아필즈의 올림피아필즈골프장(파71ㆍ6,588야드)에서 열린 시즌 두 번째 메이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 상금 35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보기 3개와 버디 6개를 더해 3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를 적어낸 대니얼 강은 디펜딩 챔피언 브룩 헨더슨(20ㆍ캐나다)을 1타차로 따돌리고 생애 처음으로 우승했다. 우승 상금은 52만5,000달러(약 6억 원). 2012년 프로 데뷔 이후 138개 대회 만에 얻어낸 열매다. 종전 메이저 최고 성적은 2012년 US여자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14위였다.
199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대니얼 강은 아마추어 시절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2007년 US여자오픈에 15세의 나이로 참가 자격을 얻었고, 2010년 아마추어 최고 권위의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2011년에도 같은 대회를 제패, 1996년 켈리 퀴니(미국) 이후 15년 만에 대회 2연패를 기록했다. 당시 그에게 무릎을 꿇은 제시카 코다(23ㆍ미국)와 모리야 쭈타누깐(24ㆍ태국)은 이미 LPGA투어를 주름잡는 선수가 됐다. 그 사이 대니얼 강은 손목부상과 목 디스크로 지난 시즌 6개월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이에 더해 ‘눈 백태’로 알려진 익상편 수술까지 받으며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올 시즌 복귀해 샷 감각을 끌어올리며 톱10에 4차례 진입했고, 결국 생애 첫 투어 우승을 메이저 챔피언으로 이름을 새겼다.
골프채널 등 외신에 따르면 대니얼 강은 메이저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퍼트를 앞두고 별안간 귓가에 아버지의 속삭임이 들렸다고 말했다. 2010년 US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할 때 마지막 퍼트를 남겨두고 머뭇거리자 옆에서 “이 퍼트를 성공하면 TV를 사주마”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던 목소리가 떠올랐다는 것. 아버지 강계성씨는 대니얼 강이 2010~11 US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캐디 역할을 했다. 그는 “마치 아버지가 내 옆에 있는 것 같았다”며 “내게 소원이 있다면, 이 우승을 아버지가 지켜 보는 것”이라고 울먹였다. 강계성씨는 201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대니얼 강은 그 후 오른쪽 손 우측 면에 한글로 ‘아빠’라고 문신을 새겼다. 그는 “누군가와 악수를 하면 그 사람도 우리 아빠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도 매일 수첩을 들고 다니며 (아빠에게) 못 부칠 편지를 눌러 쓴다. 그는 앞서 오른쪽 검지에도 ‘just be’라는 영어 문신을 새겼다. 대니얼 강은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항상 ‘있는 그대로의 네가 되어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17살 때 just be라는 문신을 처음 새겼다”고 말했다.
두 살 터울의 오빠 알렉스 강 역시 그의 우승에 일조했다. 연습라운드를 돌며 코스 해석에 어려움을 느끼자 미국프로골프(PGA) 2부 웹닷컴투어에서 뛰고 있는 알렉스에게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조언을 구했다. 덕분에 대니얼 강은 4라운드 내내 60대 타로 선방할 수 있었다. 우승을 확정 지은 직후 왈칵 눈물을 쏟아내며 어머니 그레이스 리를 끌어안은 대니얼 강은 “그들이 없으면 나도 없다”며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대니얼 강은 두둑한 배짱과 활달한 성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니얼 강은 이날 10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3위로 밀려났지만, 이후 4연속 버디를 낚으며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특히 13번홀(파4)에서 친 어프로치 샷이 크게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히려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7m 거리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흐름을 탔다.
한편, 전날까지 공동 선두를 지켰던 최운정(27ㆍ볼빅)은 합계 10언더파 274타 3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세영(24ㆍ미래에셋)과 양희영(28ㆍPNS창호), 이미향(24ㆍKB금융그룹) 등이 9언더파 275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27ㆍ메디힐)은 4언더파 280타로 공동 14위에 머물렀지만 경쟁자들의 부진으로 왕좌는 지켰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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