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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일사천리 개헌논의가 우려되는 이유

입력
2017.07.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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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정부구성과 추경예산안을 둘러싼 꽉 막힌 정국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유일하게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있다. 바로 개헌논의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2017년 1월에 발족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 연장 안건을 재석 252명 중 251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했다. 동시에 선거구제 개편문제를 다룰 정치개혁특위 설치 결의안은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처리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민주화 당시 취약한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권위주의로의 퇴행을 막아야 하는 시대적 산물이다. 30년 지난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들을 고려할 때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헌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실제로 지난 6개월 간의 개헌특위 활동을 보면 진일보한 모습도 확인된다. 인종, 언어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을 추가하고, 양성평등 규정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 평등 원칙 강화가 예상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대해서도 전향적이며, 안전권, 정보기본권, 건강권 등 기본권 개념을 확장하고 국가의 국민보호 책임을 강화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개헌 논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일사불란함과주권자인 국민인식 사이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한 목소리로 개헌을 외치는 정치권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에 대한 분산과 견제, 협치와 분권형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물론 헌법상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만 보면 한국의 대통령제가 강한 대통령제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 전대통령의 헌정유린이 대통령의 과도한 권한 집중 탓인지는 의문이다. 기존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보장하고 있다면 왜 헌정유린이 필요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과도한 대통령 권력을 보장한 헌법 자체의 문제보다 단임제라는 임기제한에도 불구하고 통치력의 연장을 꾀한 박 전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사실 이전 정부 시기 만해도, 단임제 임기, 잦은 여소야대 국면의 등장으로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크게 제한하는 약한 대통령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현행 헌법 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못해 먹겠다”며 야당과의 ‘연정’을 주장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야당 발목잡기를 개탄한 바 있다. 그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 책임성과 대통령 통치력 강화에 유리한 ‘4년 대통령 중임제’가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헌의 정당성이 상황논리에 따라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정부구성과 추경예산 문제조차 협치과 타협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조건에서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는 분권 및 협치의 명분에 얼마나 설득될 수 있을까. 이러한 불신은 양극화 해소, 기본권 확대라는 진전된 합의 사항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하는 배경이다. 더욱이 선거 시기에 그토록 강조했던 4차 산업의 파장이나 고령화 사회로 대표되는 인구학적 변화,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평화통일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우선이다. 개헌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려면 구성원들 스스로가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가치와 규범을 제시해야 한다. 활동 시한이 연장된 개헌특위는 전 국민설문조사, 대국민원탁회의 등 여론수렴 행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약속된 개헌 시점인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국민여론 수렴과정은 요식행위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화 이후 사회에 뿌리내린 국정시스템으로 인해 개헌은 한국사회의 근본적이고 역동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개혁의 모멘텀이다. 문제 진단과 대안의 방향타가 맞지 않아 어렵게 맞이한 기회가 또 다시 그들만의 잔치로 귀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한울 여시재 솔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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