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일입니다. 꿈 같아요."
아주 특별한 밤이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이하 불한당)은 지난 5월 17일 개봉했고, 6월 8일 VOD로 출시됐다. 그리고 다시 한 달이 지났다. 일명 '불한당원'으로 불리는 영화 팬들이 자발적으로 대관 행사를 이어온 가운데 주연 배우들이 이례적인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다시 극장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불한당 땡큐 상영회'가 열렸다. 해당 행사의 주최는 '불한당'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지만 이런 행사가 주최되도록 이끈 건 다름 아닌 '불한당원'들이다.
'불한당원'이란 '불한당'의 마니아 팬층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SNS, DC 갤러리에서 소통하며 두 달째 대관 행사를 지속해왔다.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긴 어렵지만 이날 밤 서울 대관 2곳에 참여한 인원만 1000명이 넘었다. 보통 대관은 선착순으로 신청 몇 초면 끝이 난다. 특히 이번 코엑스 대관은 선착순에 들지 못한 숫자가 3000명을 넘겼다는 전언이다.
처음 목적은 간단했다. '이 좋은 영화 '불한당' 상영관이 내려가니 영화를 살리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또 보고 싶은데 관이 없으니 우리끼리 관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대관이 기획됐다. '불한당'이 VOD로 출시되고 실제 상영관에서 찾기는 어려워졌으나 대관 행사는 갈수록 뜨겁다. 소문을 듣고 배우들이 먼저 참석 의사를 밝혔다.
'불한당 땡큐 상영회'에는 600여명 팬들이 참석했다. CJ엔터테인먼트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추첨한 이들인데, 대부분 n차 인증을 하는 등 영화에 대한 애정을 증명한 팬들이었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불한당'은 제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7분간 받은 기립 박수로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질문은 영화 '불한당'과 캐릭터에 집중됐다. 20, 30번 넘게 극장에서 '불한당'을 봤다는 얘기에 배우들이 더 감탄했다. 계속된 대관 행사로 결국 자신들을 이곳에 불러준 '불한당원'들에게 배우들이 박수를 보냈다.
전혜진은 "이럴 때 감격스럽다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여러분들이 어떤 배우 개인이 아니라 '불한당' 인물과 대사, 장면 하나하나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걸 사랑해주시는 게 느껴진다"며 "이런 경험이 정말 의미 있다. 여러분의 힘에 놀랄 뿐"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전혜진은 오는 7일 진행되는 대관에도 참석 예정이다.
설경구는 이날 앞서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대관에도 참석했다. 순수하게 팬들이 대관한 행사로, 땡큐 상영회와 시간이 겹치는 데도 450여 명 팬이 자리를 채웠다. '불한당원'들이 영화 속에 나오는 떡볶이 집을 찾아가 설경구-김희원이 앉은 똑같은 자리에 앉는다는 얘기에 설경구는 "참 별일이다"고 기분 좋게 웃었다. "이 자리가 꿈 같다"고도 했다.
이날만 2개 대관에서 연달아 '불한당원'을 만난 설경구는 "20여 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런 건 처음"이라고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칸 영화제에 갔다 오고 나서 제작사 대표님으로부터 대관 관련 사진을 받았다. 영등포에 팬들이 빼곡히 줄 서 있는 모습,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이었다. 한두 번 그러고 말 줄 알았는데 여기까지….(웃음) 이런 영화를 또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경험인데 정말 감사드린다. 황송하다. 저희가 뭐라고 이렇게 열광해주시고… 이걸로 충분하다. 감사하다"고 감동을 표현했다.
이날 행사에서 배우들은 '불한당' 삭제 신, 연기 당시의 감정, 애드리브 등 비화를 털어놨다. '불한당원'들의 뜨거운 열기에 배우들이 깜짝 놀라는 표정도 수차례 포착됐다.
임시완은 "제가 정말 애착을 갖고 있는 '불한당'을 이토록 여러분이 열광적으로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셔서 감개무량하다. 저도 여러분께 질문을 하고 싶었다. 저는 이렇게 '불한당'에 애착을 갖고 있는데 여러분은 어떤 이유에서 열광하시고 스무 번, 서른 번씩 보는 이유가 뭘까 질문을 드리고 싶었다"며 그 답을 SNS로 보내달라는 귀여운 요청을 남겼다.
김희원은 앞서 팬들이 주최한 대관 행사에 참석했던 터. 임시완의 얘기를 듣고 그는 "예전에 제가 와서 그 이유를 다 들어봤다. 이유가 4000가지는 넘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희원은 "진짜 평생 잊지 못 할 추억 같다. 이 기운이 앞으로도 오래갈 것 같다"고 인사했다.
행사가 끝나자 시계는 밤 11시를 가리켰다. 이날 하루만 대관 행사가 2곳, 1000명이 넘는 '불한당원'들이 움직였다. 이틀 뒤인 7월 2일에는 배우 장인섭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660여명 규모의 행사가 예정돼 있었다.
상영회 직후 만난 제작사 바른손 안은미 대표, 하혜경 이사는 "보람된다. 많이 봐주셨으면 하고 만든 영화가 이토록 사랑 받고 있다. 배우 네 명이 다 같이 모인 게 무대인사, 칸 영화제 그리고 오늘이 세 번째다. 우리끼리 대기실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있겠냐'고 얘기했다"며 "분위기만 보면 개봉일 같다. 우리 영화, 다시 내일 개봉해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해당 상영회를 담당한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아수라' 때도 감동을 받았는데 '불한당'은 좀 더 팬덤이 강화된 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집단적으로 계속 상영회를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전문적으로 지속하는 모습이 놀라웠다. 우리나라에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팬들의 활동은 많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모임은 약하지 않았나. '불한당'을 통해 새로운 영화 팬덤 현상, 새로운 장르가 구축된 것 같아서 뿌듯하고 감동적이다. 정말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얘기했다.
제작사는 조만간 '불한당' OST를 발매한다. 배우들의 코멘터리를 담은 블루레이도 올 하반기 발매 예정이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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