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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유한킴벌리, 30년 쌓은 '착한기업’ 명성, 고가 생리대ㆍ외국주주 고배당에 흔들

입력
2017.07.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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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난 여론에 저가 제품 내놨지만

정치권서 “문제 본질은 회피”

“근거 없는 가격인상 조사해야”

#2

12년간 1조 넘는 배당도 도마에

헝가리 킴벌리가 70% 챙겨

1990년대 설악산에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유한킴벌리.한국일보 자료 사진
1990년대 설악산에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유한킴벌리.한국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10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생리대 가격 논란이 불거졌다.

그해 5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깔창 생리대’ 사례가 보도된 이후 국내 업체들의 생리대 고가판매 정책이 여론의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내 업체들이 시장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생리대 가격을 과도하게 비싸게 책정해 놨다고 지적했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시장 1위 업체 유한킴벌리가 3년 주기로 생리대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 직전에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날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는 “수년 동안 가격 인상을 못 해서 실무자들이 짧은 소견으로 인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생리대 가격을 인하해 달라는 심 의원 요구에 대해서는 “합리적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공정거래위원장도 국감에 나와 “생리대 업체들의 가격 인상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공정위의 별다른 제재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위생용품 시장 관계자는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후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며 “업체들이 중저가형 생리대 제품을 내놓기로 한만큼 기존 제품 가격을 인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강산 푸르게’로 착한기업 이미지

유한킴벌리는 1970년 국내 제약회사 유한양행과 미국 제지회사 킴벌리클라크사가 공동 출자해 세운 위생용 제지 회사다. 현재는 킴벌리클라크의 헝가리 법인인 킴벌리클라크 트레이딩 LLC와(이하 헝가리 킴벌리) 유한양행이 각각 70%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대에 여성용 생리대 ‘코덱스’와 미용티슈 ‘크리넥스’, 두루마리 화장지‘뽀삐’ 등을 국내 시장에 최초로 내놓으며 위생용품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갔다. 특히 위생에 대한 관심 증가로 화장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1980년대 관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사세를 크게 불렸다.

화장지 업계 관계자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장실에서 휴지를 쓰는 사람보다 달력이나 신문지를 쓰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하지만 1980년대 이후 휴지 등 위생용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 시장 선두권 업체인 유한킴벌리 매출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1984년부터 시작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유한킴벌리의 이름을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한킴벌리는 화장지 원재료인 나무를 주로 사용하면서도 나무를 보호하자는 역발상 캠페인으로 ‘착한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발전이 최우선이었던 당시 분위기상 국내 대기업들은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일 생각조차 못 했었다”며 “캠페인 이후 유한킴벌리 회사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는 것을 보고 국내 대기업들도 캠페인 중요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

가격 인하 대신 저가 생리대로 비판 피해

우수한 제품력에 기업 이미지 개선이 더해지면서 유한킴벌리의 국내 시장 장악력은 더욱 굳건해졌다. 1990년대부터 외국산 제품이 본격 수입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기는 했지만, 유한킴벌리는 생리대와 화장지, 기저귀 등 국내 위생용품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특히 유한킴벌리의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한킴벌리는 2000년대 들어서는 고가 제품을 내놓으며 매출 1조원대 벽도 가볍게 넘어선다. 2001년 6,487억원에 불과했던 유한킴벌리 매출은 지난해 1조4,999억원으로 1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49억원에서 2,288억원으로 141%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영업이익률 평균 역시 10%를 넘어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 5%대의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유한킴벌리가 지난해 생리대 가격 인상을 시도하자 소비자단체 등에서 “시장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려 손쉽게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비판을 제기한 이유다

특히 ‘깔창 생리대’ 사건 이후에는 유한킴벌리 등이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생리대를 판매하고 있다는 비난도 거세졌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10.6% 상승한 반면 생리대품목은 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25.6% 올랐다. 생리대 물가 상승률이 전체물가 상승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는 뜻이다.

비난여론에 직면한 유한킴벌리는 중저가 생리대 출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저가 생리대 ‘좋은느낌 순수’를 출시한 데 이어, 이달에는 또 다른 저가형 생리대 ‘화이트 클린’을 내놓고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생리대 시장 2위 업체인 LG유니참도 올해 하반기에 기존 제품보다 30% 정도 가격을 낮춘 저가형 생리대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여론의 비난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저가 생리대 출시로 문제의 본질인 고가 생리대 논란을 피해 가려 한다고 보고 있어서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업체들이 생리대 가격 인상 원인으로 제시했던 부직포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정위 조사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탄핵과 대선 정국으로 생리대 가격 이슈가 다소 묻혔지만 제조사들이 부당하게 가격을 올렸는지 정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2년 간 1조원 이상 킴벌리에 배당

독과점 논란과 함께 2000년대 중반 이후 굳어진 유한킴벌리의 고배당 정책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2004년까지 배당성향(배당금총액/당기순이익)이 60%를 넘지 않았던 유한킴벌리는 2005년 당시 당기순이익(892억원)의 2배가 넘는 2,163억원을 배당하며 본격적인 고배당 정책에 시동을 건다. 2009년과 2010년에도 당기 순이익의 95% 이상을 배당금으로 책정한 유한킴벌리는 지난해에도 당기 순이익의 89.33%인 1,600억원을 주주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특이한 점은 고배당 정책과 함께 유한킴벌리의 주요 주주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미국 킴벌리와 캐나다 킴벌리가 각각 23.6%와 46.4%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2006년 이후에는 헝가리 킴벌리가 두 회사 지분을 이어받아 단일 최대주주(70%)가 된다. 미국 킴벌리 본사가 관계사 헝가리 법인을 내세우고 고액의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몰아주는 형국이다.

고배당 정책이 시작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유한킴벌리가 주주에게 배당한 총금액은 1조 4,513억원에 달한다. 이중 70%인 1조 159억원이 헝가리 킴벌리로 빠져나갔다. 배당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에게 회사 이익을 환원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는데도 효과가 있어 회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처럼 주주 구성이 폐쇄적이고 1, 2대 주주가 지분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당기 순익에 버금가는 배당을 장기간 지속 한다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배당뿐 아니라 회사에 대한 투자 규모도 함께 늘리고 있다”며 “이 밖에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노인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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