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연계율 70% 정착
“비중 커지며 학원서도 가르쳐
사교육 줄이려는 취지 무색”
“교육자유 침해” 헌법소원까지
“한해 1조 절감 효과” 반론에도
새 정부서 연계율 조정 가능성
사교육비를 줄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는 EBS 교재ㆍ강의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연계 정책의 타당성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여전히 지역ㆍ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 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지만, 교과서를 사실상 대체하는 등 교육 현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반대 목소리에 점점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도 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에서 “EBS 수능 연계율은 재검토해야 할 문제”라며 ‘수술’ 필요성을 언급해 논란은 커지는 모습이다.
2004년 처음 도입 당시 30% 안팎이었던 EBS와 수능 연계율은 2010년 이후 70%로 높아진 뒤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당연히 거의 모든 학생들이 EBS 교재와 강의를 통해 수능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 2일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가 지난해 11, 12월 고교 졸업생 805명과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 76.1%(613명), 교사 55.5%(111명)가 정규수업에서 EBS 활용률이 60% 이상에 달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EBS 연계 정책이 본래 취지와 달리 교실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많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난달 20일 헌법재판소에 EBS 교재와 수능을 연계시키는 ‘2018학년도 수능 시행 기본계획’이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영어 교사 이모(46)씨는 “EBS 교재 연계율이 확 늘면서 교과서보다 이를 훨씬 신뢰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고, 내신도 EBS 교재에서 출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생의 학습량 절감과 선택 과목 확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는 점도 EBS-수능 연계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과연 사교육비 감소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도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편다. EBS 연계 축소ㆍ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통계청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지난해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2,000원으로, 수능과 EBS 연계율이 70%로 고정된 2010년(21만8,000원)보다 4만8,000원(22%) 늘었는데, 적어도 EBS 덕에 사교육이 줄었다고 볼만한 근거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종호 교수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EBS 교재로만 공부하는 학생들도 대학을 갈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지금은 학원에서도 EBS 교재를 가르치는 등 도입취지와 다르게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교육개발원은 학부모 설문 등을 토대로 EBS 수능강의가 지난해에만 1조1,178억원의 사교육비 절감 효과를 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는 아직 뚜렷한 방향성은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현 정부 교육정책 골격을 만든 김 부총리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만을 놓고 보면 어떻게든 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개선 방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청문회 서면 답변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이와 관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EBS 연계율 폐지나 축소는 아직 주요 국정과제 대상으로 다루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새 장관 임명 후 현장의 불만을 수렴해 연계율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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