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타 입힌 국악으로 인기
세계적 재즈레이블서 음반 내
21일엔 국내 관객과의 만남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눈이 감길 것이라는, 국악은 고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린 그룹이 있다. 거문고와 대금 소리에 전자기타가 가미된 세련된 음악은 그 아래에서 리듬을 타는 역동적인 북 소리와 어우러진다. 아시아 그룹 최초로 독일의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ACT에서 음반을 낸 ‘블랙 스트링’이다. 한국 체류기간보다 해외 공연 일정이 더 많다는 블랙스트링 멤버 허윤정(49ㆍ거문고) 오정수(39ㆍ기타) 황민왕(35ㆍ타악)을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대금 연주자인 이아람은 해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국악 한류를 이끄는 이들은 개인의 배경도 독특하다. 리더인 허윤정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를 이수한 명인이다. 지난해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됐다. 무속음악을 전공한 황민왕은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남해안별신굿 이수자다. 오정수는 미국 뉴욕대에서 재즈기타를 공부했다. 2012년 지금의 멤버들이 모였다.
블랙스트링에서 제일 이색적인 악기는 전자기타다. 허윤정은 “국악을 기본으로 그 위에다 색을 입혀주는 악기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전자기타는 거문고 같이 줄을 뜯는 연주가 가능하고, 소리의 공간감도 만들어줄 수 있어서 추구하는 음악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21일 국립극장의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를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난다. 독일 재즈계의 유망주인 트럼펫 연주자 율리안 바서푸르와 함께다.
국내보다 유럽 공연일정으로 더 바쁜 이들에게 국내와 해외 공연의 차이점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오정수는 “외국에서는 전체 음악시장 규모에 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훨씬 확대된다”고 말했다. 시장 자체가 커서다. 황민왕은 “무대의 질과 양을 구분하는 편”이라며 “해외에 나가서 블랙스트링 공연으로 박수를 받는 것과 국내에서 생계를 위한 공연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뭐라 해도 블랙스트링의 가장 큰 특징은 ‘즉흥성’이다. 허윤정은 “창작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즉흥연주다. 우리는 즉흥연주를 하며 놀면서 음악을 만든다”며 웃었다. 원래 자기 분야에서 연주하랴, 대학 강의도 하랴 이들은 늘 바쁘다. 그래서 주로 만나는 시간이 밤 10시. 그렇게 짬을 내서라도 서로 얼굴 마주보고 음악을 만들어간다.
그 때문에 물리적 시간양만 봐서는 블랙스트링만을 위해 쏟는 시간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고 정신적 압박감까지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고 음반사에도 증명해 보이고 싶죠.”(허윤정) “전 인생의 전부를 걸었어요.(웃음)”(오정수) “블랙스트링은 정신적인 치유를 해주는 곳이에요.”(황민왕)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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