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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족 시대’ 진화… 이젠 스마트폰도 카톡으로 산다

입력
2017.07.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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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휴대폰 상담 ‘라이브챗’

메시지 통해 제품ㆍ요금제 선택

두말 만에 이용자 2만여명 넘어

카카오택시 하루 150만건 호출

‘네이버 톡톡’ 도입 업체 20만곳

“스마트폰 이용목적 메신저” 80%

메신저 홀릭족 겨냥 서비스 봇물

야근이 잦은 직장인 이모(여ㆍ29)씨는 최근 업무 시간에 컴퓨터(PC)용 카카오톡을 통해 새 스마트폰을 구매했다. 통신사 상담원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제품과 색상을 골랐고, 다음날 문자로 이어 대화하면서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한 뒤 본인 인증과 개통까지 끝냈다. 이씨는 “전화로 통화하게 되면 아무래도 빨리 선택하고 대답해야 해 여유 있게 생각할 틈이 없다”며 “오프라인 매장도 주말에 사람이 몰려 불편했는데, 메신저로 구매할 땐 충분히 고민한 뒤 답장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손가락 소통’이 익숙해지면서 갈수록 다양한 영역에서 메신저가 음성을 대체하고 있다. 전화를 걸어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부르는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이제 휴대폰 구매도 메신저만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됐다.

상담원과 메시지로 상담하며 스마트폰 개통까지 할 수 있는 ‘라이브챗’ 이용 화면. 라이브챗은 서비스 시작 2개월 만에 이용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 제공
상담원과 메시지로 상담하며 스마트폰 개통까지 할 수 있는 ‘라이브챗’ 이용 화면. 라이브챗은 서비스 시작 2개월 만에 이용자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 제공

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시된 모바일 메신저 기반 휴대폰 상담 서비스 ‘라이브챗’이 2개월 만에 이용자 수가 2만5,000명을 넘어섰다. 카카오톡에서 ‘T월드 다이렉트’를 친구로 추가한 뒤 이용할 수 있는 라이브챗은 상담원과 메시지로 이야기하며 스마트폰 개통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주 이용자는 20, 30대 여성(37%)이다.

SK텔레콤이 이 서비스를 내놓은 건 통화를 거의 하지 않거나 불편해하는 ‘메신저 홀릭(중독)’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 목적으로 ‘메신저’(79.4%)를 꼽은 사람은 ‘음성ㆍ영상 통화’(70.7%)보다 많았다. 특히 10, 20대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통화보다 메신저를 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라이브챗 출시 이후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청각 장애인이 2배 이상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메신저 홀릭족을 겨냥한 서비스는 일상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2014년 월 평균 500만건이었던 배달음식 주문 응용 소프트웨어(앱) ‘배달의 민족’의 주문 수는 올해 들어 월 평균 1,000만건을 유지하고 있다. 택시 호출 앱 ‘카카오택시’의 하루 평균 호출 수는 150만건에 이른다. 네이버에 입점한 중소 쇼핑몰 운영자에게 메신저로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답변 받을 수 있는 ‘네이버 톡톡’ 도입 업체도 최근 20만곳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샌드위치 등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제공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샌드위치 등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제공

메신저 이용이 증가하면서 사람을 대신해 대화하는 인공지능(AI), 이른바 ‘챗봇’ 개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이 지난 5월 대화창 안에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듯 샌드위치나 피자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고, 법률 관련 빅데이터를 토대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챗봇 변호사’도 등장했다. 네이버는 도미노피자, BBQ치킨 등 일부 배달 음식 브랜드에 주문봇을 적용한 데 이어 운영자 대신 상품이나 배송 문의 등에 답변하는 쇼핑봇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과거 챗봇은 기계적으로 반응하며 이용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그쳤지만 AI와 만난 챗봇은 대화량이 증가할수록 이용자를 더 잘 이해하고 정확한 답변을 주게 된다”며 “기업 활동에서 챗봇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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