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필리핀이 술루 해에서 합동순찰을 펼쳤다. 친중(親中)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양국의 해상 합동 훈련도 뜸한 가운데 이뤄진 합동 작전이다. 필리핀이 미국에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 ‘줄타기’를 통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필리핀 주재 미대사관과 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이 전날 남부 술루 해에서 전투함과 호위함을 동원해 합동 순찰을 했다. 합동 순찰에는 미 해군 전투함 ‘코로나도’와 필리핀 해군 호위함 ‘알카라즈’가 나섰다. 미 측은 “필리핀 정부의 초청을 받아 합동으로 순찰을 하게 됐다”며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세력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술루 해는 무장단체의 납치와 해적 활동이 극성을 부리는 곳이다. 특히 민다나오섬을 근거지로 하는 아부사야프 등 이슬람 반군이 말레이시아 인근까지 활동하며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해 필리핀이 골머리를 않고 있다.
순찰은 미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와 인접한 해상에서 벌인 합동훈련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앞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경제 개발을 위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시하면서 미국과는 거리를 두는 '탈미 친중' 행보를 보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J)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와 가까운 곳에서 오랜만에 이뤄진 양국간 군사 행동”이라며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두테르테 대통령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자극하는 미국과의 합동 순찰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 문제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미국이 필리핀이 원하는 대테러 지원에 초점을 맞추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군은 이번 합동 순찰 외에도 민다나오 섬에 있는 마라위에 P3 오리온 정찰기를 배치해 필리핀군에 IS 추종 반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필리핀에 대테러용 자금과 소총 등 무기를 무상 제공하는 등 두테르테 취임 이후 가까워진 양국 관계 유지, 발전을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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