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 등 이어 무역제재 움직임
소극적 대북공조 비판하며 압박
“중국 제대로 뒤통수 맞아” 분석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이어져 온 미중간 밀월이 사실상 끝났다. 중국의 대북 공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중국 정부를 압박하는 미국의 메시지와 대응이 이어졌고 중국 언론과 학계에선 ‘미국이 등에 칼을 꽂았다’와 같은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양국 정상이 참여하는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7~8일)를 앞두고 국제사회는 다시 등을 돌리는 미중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외교적 압박에 더해 조만간 중국산 철강, 반도체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본격적인 무역제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철강 덤핑 수출을 허용하지 말아달라”며 한국에 협조를 촉구했다. 한미간 통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에 압박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의 약탈적 무역 관행을 저지하려는 미국에 힘을 실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29일 중국의 대북 공조 노력이 부족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재무부가 이날 중국 단둥(丹東)은행이 북한 정권의 돈세탁 등 불법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제재를 결정하자마자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중국의 행보를 일관성 없다고 규정지었다. 우리는 중국이 더 압박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이상 기류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터져 나왔다. 그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시 주석과 중국의 노력을 고맙게 생각하나 그런 노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며 중국의 대북 압박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국무부가 27일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최하 등급으로 강등하고, 29일에는 미국이 대만 무기판매 계획을 승인하면서 중국을 몰아붙였다.
미국이 민감한 인권ㆍ경제ㆍ외교 이슈를 한꺼번에 건드리자 중국도 단단히 화가 났다. 왕둥(王棟) 베이징대 중미인문교류연구센터 부주임은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우리 등에 칼을 꽂았다”며 “북핵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중국의 의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은 재무부 제재 발표가 있던 날 베이징(北京) 한 호텔에서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중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 조치를 축하하는 파티가 열린 점을 들어 중국이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해석했다.
중국 환구시보는 1일 사평을 통해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승인은 군사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제한하는 등 일정 부분 성의를 보였으나 애초 미국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못미쳤다”며 “중국은 제재 자체보다 하필 홍콩 반환 20주년을 기념하는 잔칫날에 언론의 관심을 돌린 미국 측 의도에 더욱 격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관계의 변화는 G20 정상회의에서 확실한 방향성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미 반덤핑 관세 등 미국의 보호무역 방안을 놓고 반(反)트럼프 전선을 형성한 유럽연합(EU)에 중국이 편승할 경우 본격적인 냉각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미국이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이어 시 주석과 2일 통화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미중 정상이 북핵 공조와 철강공급 과잉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