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7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북한으로 시작해서 북한으로 끝났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10년 만에 방한한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일거수일투족에 온 관심이 쏠렸다. 모처럼 찾아 온 대화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북한이 큰 성과를 합작했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의 주체인 세계태권도연맹(WTF)은 한국,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해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40년 가까이 두 갈래 길을 걸어온 남북 태권도는 2014년 8월 두 연맹 수장의 합의의정서에 따라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시범공연을 펼쳤다.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5월 초 스위스 로잔에서 조정원 WTF 총재, 리용선 ITF 총재와 장웅 명예총재가 만나 양 단체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이번에 ITF 시범단의 무주 방문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ITF 시범단의 방한 기간에 양측은 오는 9월 17일부터 21일까지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의 방북 시범공연에 대해서도 합의도 이뤄냈다. 또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기간 합동 시범공연도 추진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궁극적으로 두 태권도의 통합 노력도 다시 가속도가 붙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리용선 총재는 "태권도는 하나다.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태권도가 본의 아니게 둘로 갈라져 성장해 덩치가 커졌다"면서 "합쳐지면 더 큰 하나가 될 것이다. 단 하루라도 빨리 하나로 만들기 위해 손에 손잡고 나가자"고 강조했다.
남북 스포츠 교류의 활성화에도 태권도가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개막식 축사를 통해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 의지를 피력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토바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남북 화해 의지가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 화답해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다만 장웅 위원은 “1991년 탁구 한 종목 단일팀 구성을 위해서도 남북이 무려 24번 만났다”는 말로 평창올림픽까지 7개월밖에 남지 않아 현실적인 어려움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장ㆍ단기적으로 남북 체육 교류에 디딤돌을 놓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태권도 대회’로만 좁혀 보면 2011년 경주 대회 이후 6년 만에 안방에서 연 이번 대회를 ‘성공 개최’라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ITF 시범단 덕에 홍보와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정작 4년 만에 남녀 동반 우승을 거둔 경기 결과에는 현장에 모인 대회 관계자들조차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울러 대회조직위원회의 미숙한 대회 운영과 열악한 인프라는 안방 개최에 흠집을 냈다. 개막식 때부터 문 대통령 일행의 스케줄과 동선을 두고 오락가락한 브리핑으로 취재진에게 혼란을 야기했고, 경기장 출입구는 기본적인 동선조차 확보하지 않아 각국 선수들과 관중, 취재진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어가면서 큰 불편함을 초래했다. 태권도원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도 당초 공지된 시간과 달랐다. 태권도의 성지를 표방하고 설립한 태권도원은 무주군에서도 약 20㎞를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 외진 곳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한 택시기사는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왔다고 들었는데 이 길을 차로 올라가봐야 얼마나 관중들의 발길이 닿기 불편한 곳인지 아실 수 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T1경기장 역시 경기장 내부도, 복도 공간도 좁아 북새통을 이뤘다.
2년 전 터키 삼순을 제치고 개최 도시로 결정된 전북도가 당시 대회가 열린 첼랴빈스크 현장을 답사하고 2년간 준비한 결과물이라고 내 놓기에 창피한 수준이다. 한 태권도인은 “시뮬레이션조차 제대로 해 보지 않은 조직위원회의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혀를 찼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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