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빅데이터 허브 무료 개방
신청 건수 1만1000건 돌파
장애인 휠체어 내비 앱에 도움
‘따복버스’ 등 지자체서도 협업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인도보다 차도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싶었지만 거리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죠. 그 때 빅데이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 인에이블의 원유진 대표는 최근 우여곡절 끝에 장애인용 휠체어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앱) 개발에 성공했다.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보행자가 많은 거리ㆍ지역을 자동으로 우회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앱의 핵심 기능이었지만, 어느 지역의 유동 인구가 많은지 관련 데이터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원 대표는 SK텔레콤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개방한 빅데이터 플랫폼 ‘빅데이터 허브’에서 관련 데이터를 얻어 앱을 완성할 수 있었다.
원 대표는 “유동인구 데이터에 장애인 편의시설, 전동휠체어 충전소 등 위치정보를 결합했다”며 “휠체어 이용자들이 좀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빅데이터 허브가 접수한 데이터 이용 신청 건수는 6월말 기준 1만1,000건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2013년 10월 민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자사가 축적한 빅데이터를 무료로 개방했다. 4년 동안 공개된 빅데이터는 867건에 달하고 누적 이용자는 4,000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은 매달 고객들의 통화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콜택시, 유아교육기관, 렌터카, 병원, 여행사 등 다양한 서비스 이용 현황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배달업종 이용 분석’, ‘치킨집 이용 분석’ 등의 데이터는 특히 인기가 높다. 배달업종별 요일ㆍ시간대 이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고, ‘금요일 저녁에는 주로 30대 여성 고객이 치킨을 주문한다’는 점을 활용해 치킨집 영업전략도 세울 수 있다.
SK텔레콤의 빅데이터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공공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경기도의 ‘따복버스’(따뜻한 복지버스)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은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만 운송 수요가 발생해 운송업체가 정규 노선 편성을 기피했지만, SK텔레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일정 패턴의 동선들이 파악돼 현재 따복버스가 산업단지와 관광지에서 ‘출퇴근형’ ‘관광형’ 등 맞춤형 노선을 운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앞으로도 통화량 데이터와 위치정보를 외부 공공ㆍ금융ㆍ생활 데이터와 결합하는 작업을 꾸준히 벌일 계획이다. 허일규 SK텔레콤 본부장은 “빅데이터의 공익적 활용을 선도해 중소 자영업자들의 창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행정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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