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ㆍ멕시코, 재협상 동의
다자협정 TPP에선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거론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대선 공약인 ‘무역 적자 축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순이다. 경제 부문의 ‘미국우선주의’를 ‘바이 아메리카(미국산 제품 장려)’로 해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미FTA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통상협정 재검토를 요구한 상태다. 실상 트럼프 대통령은 각종 무역협정 재협상 카드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 데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협정 자체는 타결됐으나 의회의 비준을 받지 않은 태평양 지역 11개국과의 다자협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협상이 진행 중인 유럽연합(EU)과의 다자협정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지만 EU 개별 회원국과 따로 무역협정을 맺을 수 없다는 난점 때문에 4월 재논의로 선회했다.
기존에 체결한 FTA 역시 재검토 대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인 4월 29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FTA를 비롯한 14개 FTA 전체를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나머지 12개 FTA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NAFTA와 한미FTA가 표적이다.
정부간 논의가 거의 없는 한미FTA와 달리 이미 NAFTA의 다른 두 당사국 캐나다와 멕시코는 재협상에 동의한 상태다. 4월까지 ‘NAFTA 탈퇴 행정명령’을 만지작거리던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재협상 의지를 확인한 후 “NAFTA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의 낙농제품과 침엽수 목재, 멕시코의 설탕과 제조업 전반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두 나라 입장에서도 인터넷 등 디지털경제 관련 규정이 없는 현행 NAFTA를 더 낫게 개정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있다.
이르면 의회에 NAFTA 재협상을 통고한 지 90일이 경과하는 8월 16일부터 실제 재협상이 시작된다. 현재 재협상에 정해진 기한은 없다. 미국의 통상협상을 총괄하는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21일 상원 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가능하면 연내에 재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면서도 “시간에 쫓겨 나쁜 협상 결과를 내진 않겠다”며 장기 협상도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다만 당사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트럼프 정부가 탈퇴를 선언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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