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구단의 고위 관계자가 2013년 포스트시즌 기간 심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은 2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승영 두산 사장은 “불미스러운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두산 팬 여러분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당시 음주 중 발생한 싸움으로 인해 합의금이 급히 필요하게 됐다고 돈을 빌려달라는 해당 심판의 호소에 숙고할 겨를 없이 개인 계좌에서 급히 인출해 빌려줬다”고 밝혔다. 해당 심판은 2013년 시즌 후 KBO리그에서 퇴출당했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두산 구단의 최고위 인사가 2013년 10월 중순 A심판에게 현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2일 보도했다. 급전이 필요했던 A심판이 밤늦게 두산 구단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고, 이 관계자가 현금 300만원을 빌려줬다는 것이다.
KBO 관계자는 “보도 내용이 맞다”면서 “조사 결과 A심판은 두산 구단뿐만 아니라 여러 야구 선수 출신 선ㆍ후배, 야구 해설가 등에게도 빚과 합의금 등 급전을 이유로 개인적으로 갈취한 사실이 드러나 리그에서 퇴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부ㆍ경기 조작 연관성을 자세하게 따졌고, 조사위원회에서 개인적인 일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경기를 조작하려고 두산 구단이 심판을 매수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KBO는 지난해 A심판의 말을 들은 뒤 각 구단 전ㆍ현직 관계자와 심판들을 모두 불러 금전 관계 여부를 조사했다. 또 두산 구단 관계자가 A심판에게 돈을 건넨 시점에서의 승부조작 여부를 캐고자 철저하게 경기도 모니터링 했다고 덧붙였다.
KBO는 지난 3월28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경기 조작과 불법인터넷 도박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NC 구단에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벌금 5,000만원, 두산 투수 진야곱의 불법 인터넷 도박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를 경기에 내보낸 두산 구단에 2,0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면서 A심판과 두산 고위 관계자의 금전 거래 문제도 논의했다.
당시 KBO는 자체 조사로 두산 고위 관계자와 A씨의 현금거래에 대가성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두산 관계자를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야구 내부 관계자끼리 현금 거래가 엄격한 금지 사안이었음에도 이를 공표하지 않아 사실을 확인하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KBO는 보도자료를 내고 “야구규약 제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를 김 사장이 명백히 위반했지만 해당 전직 심판이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복수의 야구계 지인과 금전 거래를 한 소문과 정황이 있고, 해당 구단 관계자 역시 피해자일 수 있어 법적 해석을 거쳐 비공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심판위원 전원에게서 윤리 강령 서약서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번 사건 관련 보고서 제출 요청을 받은 KBO는 곧 경위서와 상벌위원회 결정 사항 등을 정리해 문체부에 낼 예정이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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