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동맹 강조는 지배ㆍ예속 올가미”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 공식매체의 첫 반응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친미 사대, 대미 굴종 등 표현으로 폄훼하며, 대화를 원한다면 구태를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친미주구들의 비굴하고 가긍한 추태’ 제하 개인 명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이 집권자의 첫 미국 행각(미국 방문)과 관련해 친미 사대의 구태에 빠지고 대미 굴종의 사슬에 얽매여 있는 저들의 가련한 몰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방미 전 문 대통령이 외신과 한 인터뷰와, 참전 유공자 위로연에서 언급된 한미 동맹 발언 등을 거론하면서 “외세 지배와 예속을 끝장내고 존엄 있게 살 것을 요구하는 촛불 민심을 배신하는 용납 못 할 반역 행위”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집권자의 미국 행각을 수행하는 자들은 저마다 미국에 잘 보이고 백악관 주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으려고 아첨 경쟁이라도 하듯 ‘동맹 강화’ 타령을 낯뜨겁게 외워대며 역겹게 놀아댔다”며 “집권자까지 나서서 미국 언론들과의 회견 놀음을 벌려놓고 대북 정책을 비롯한 주요 현안들에 대한 미국과의 공조와 우호협력 관계의 강화에 대해 운운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묻건대 70여년 동안이나 외세의 노예 살이를 하며 치욕과 굴종을 강요 당해온 것이 이제는 지겹지도 않은가”라며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 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시대착오적인 대미 추종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문은 “남조선 당국이 지금처럼 미국에 아부하며 그와 야합해 동족을 적대시하다가는 북남 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집권 전기간 변변한 대화 한번 못해보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박근혜 정부의 가련한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간 이간도 시도했다. 신문은 “미국이 남조선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하는 듯한 냄새를 피우고 있는 것은 괴뢰들에 대한 지배와 예속의 올가미를 더욱 바싹 조이고 그들을 북침 전쟁 대포밥으로, 대아시아 전략 실현의 돌격대로 써먹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며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군 유지비의 대폭적인 증액과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사실, 북의 위협을 걸고 사드 배치를 강박하고 그 비용까지 내라고 을러메고 있는 사실도 그것을 말해 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우리 정부를 향해 9개 항의 공개질문장을 발표하며 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등 ‘한미 동맹이냐 남북 관계냐’ 사이에서 택일을 강요해 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