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방한 무산된 매케인 의원과 조우
문 대통령, 면담 요청에 일정 쪼개 만나
지난달 방한이 불발돼 만남이 무산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30일(현지시각) 조우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 외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미 의회 논의 시 매케인 의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매케인 의원을 만나 “지난 5월에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방한이 무산됐던 것이 아주 아쉬웠다”면서 “다음에 언제든지 한국에 오면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매케인 의원은 문 대통령 당선 직후 방한 일정을 타진하다 조율이 어려워 취소한 바 있다. 매케인 의원과의 면담은 당초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매케인 의원 측의 강한 요청으로 문 대통령이 일정을 쪼개 면담에 응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문 대통령이 매케인 의원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했다는 취지로 보도해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제가 대통령에 당선 됐을 때 축하 성명을 내줬고, 이번에 방미할 때도 지지결의안을 주도해 주셨다”면서 “어제 상원 지도부 면담 때도 중심 역할을 해주고 끝까지 자리를 함께해 줘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어제 상원 지도부 면담을 하셨는데, 의원들의 질의에 침착하게 답변하신 것이 좋은 인상을 주셨다”면서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지난 3대에 걸친 미국 행정부의 정책은 실패했고, 이제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한미 양국이 같은 자세로 공조하면 반드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방미를 통해 그 동안의 외교 공백을 회복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한 것은 큰 성과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우정과 신뢰의 출발을 한 것도 큰 보람”이라며 “굳건한 한미동맹에 기초한 통일된 행동이 없이는 북핵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노력해 갈 것”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에 대해 “한국 내 다른 미군 기지들에 대해서도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GDP 대비 가장 높은 비율의 국방비 지출 국가의 하나이며,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무기 수입액이 높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과 관련한 논의에서 매케인 의원이 이를 잘 설명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매케인 위원장은 미 상원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매케인 위원장은 “이러한 사실을 미국 국민들에게 계속 상기시켜 주는 게 좋겠다”면서 “문 대통령의 방미가 아주 성공적이고 모든 언론과 보고서들에 좋은 평가만 나오고 있다. 앞으로 5년 임기의 좋은 출발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워싱턴=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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