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를 ‘예능인’으로 키운 방송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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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를 ‘예능인’으로 키운 방송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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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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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효리네 민박'에서 가수 이효리는 남편인 가수 김상순과 함께 민박집을 운영한다. JTBC 방송화면 캡처

이번엔 민박집 주인이다. 가요계 대표 섹시스타에서 트렌드세터(시대의 유행을 이끌어 가는 사람)로, 소셜테이너(사회, 정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거나 행동하는 연예인)로 변화를 거듭한 가수 이효리가 남편인 가수 이상순과 함께 JTBC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출연 중이다. ‘효리네 민박’은 두 사람이 제주도 자택을 민박집으로 운영하는 모습을 그린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tvN ‘삼시세끼’, ‘윤식당’의 아류작이라는 혹평에도 첫 회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를 달성했다. 이효리가 가진 스타성 덕을 많이 봤다.

이효리는 시원한 입담으로 일찌감치 예능계에서 활약해왔다. 2000년대 초반 스튜디오의 진행자를 받쳐주는 보조 MC로 주목받기 시작해,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에서 ‘센 언니’로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했다. 관찰 예능이 인기를 끌자 그는 연예계 대표 소셜테이너로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효리는 어떻게 관능적인 댄스가수에서 믿고 보는 예능인으로 진화했을까.

가수 이효리는 KBS2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을 인기 코너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그는 최근 500회를 맞은 '해피투게더'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송인 유재석을 향해 "500회면 오래했다. 이제 그만둬라"는 독설로 웃음을 자아냈다. KBS 방송화면 캡처

1. KBS2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 (2002)

KBS2 ‘해피투게더’가 최근 500회를 맞기까지, 이효리는 원년 MC로 프로그램의 뼈대를 세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1년 11월 첫 방송한 KBS2 ‘해피투게더’는 방영 초 개그맨 신동엽과 가수 유승준이 진행을 하다가, 다음해 이효리가 초대 MC로 활약하면서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활기를 띠었다.

이효리는 신동엽과 함께 ‘해피투게더’의 대표 코너 ‘쟁반노래방’을 진행했다. ‘쟁반노래방’은 학교 가는 길을 콘셉트로, 게스트와 10번의 기회 안에 동요, 민요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미션을 진행하는 코너였다. 미션을 수행하기에 앞서 1980년대 교복을 입고 게스트들과 학창시절 이야기를 나눴는데, 티격태격하는 신동엽과 이효리의 호흡이 돋보였다. 당시엔 걸그룹 핑클의 청순한 이미지와는 상반된 이효리의 말투가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효리는 2006년 ‘해피투게더’의 코너 ‘프렌즈’로 1년 7개월 만에 MC로 복귀하기도 했다.

가수 이효리는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시엔 예능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이 화장기 없는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다. SBS 방송화면 캡처

2. SBS ‘패밀리가 떴다’ (2008)

8명의 스타가 농촌의 한 가정을 찾아 하루 동안 그 집에서 숙박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이효리는 매 회 퉁퉁 부은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가요계 화려한 디바가 시골 아낙네로 변신하면서 흥미로운 개그 설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성그룹 빅뱅의 대성을 업고 달리거나, 멤버들 간의 인기투표에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무대 위에선 볼 수 없는 색다른 매력이었다. 머리에 수건을 얹고 호미를 든 그는 밭에서 게스트 신혜성과 고구마를 캐며 이런 너스레도 떨었다. “흙냄새가 너무 좋아. 이젠 서울 생활이 더 어색해.”

멤버들의 놀림을 시원하게 받아치는 여유와 메인 MC 유재석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로 ‘센 언니’ 캐릭터를 구축한 것도 이때쯤이다. MBC ‘무한도전’, KBS2 ‘1박2일’ 등 기존의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남성 출연자로만 꾸려졌던 것과 달리, 이효리가 중요한 인물로 프로그램을 끌어가면서 여성 스타들의 버라이어티 도전도 늘어나게 됐다. ‘패밀리가 떴다’는 2008년 S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온스타일 '골든 12'에서 이효리는 채식, 반려동물 등 자신의 생활 모습과 삶의 가치관에 대해 얘기했다. 온스타일 제공

3. 온스타일 ‘골든12’ (2012)

블로그 활동을 통해 소셜테이너로 성장한 이효리가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골든 12’는 몸개그로 자극적인 웃음을 전하기보다는, 이효리의 인간적인 면모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12년 당시엔 관찰 예능이 많지 않아 30세가 된 이효리가 사생활을 공개한다는 데 이목이 쏠렸다. 이효리는 채식, 친환경, 느리게 살기, 반려동물, 디톡스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트렌드로 만들었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디자이너 스티브J & 요니P, 가수 배다혜 등 주변 지인들과 진지한 고민을 함께하고 삶에 대한 변화를 시도하면서 현대인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골든 12’의 활약은 브라운관 밖에서도 이어졌다. ‘골든 12’ 멤버들은 생명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캠페인송 ‘다르지 않아’를 발매해 음원 수익금을 동물보호시민연대 카라에 기부했다. 이효리는 ‘골든 12’ 멤버들, 가수 존박, 이적, 하림 등과 함께 ‘마음으로 세상과 생명을 바라보자’는 콘셉트의 ‘보다’ 콘서트도 개최해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꾸준히 전했다.

가수 이효리는 SBS '매직아이'를 통해 토크쇼 MC에 도전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조기 종방을 맞고 말았다. SBS 제공

4. SBS ‘매직아이’ (2014)

베테랑 예능인 이효리에게도 SBS ‘매직아이’ 출연은 부담이었을 듯하다. 토크쇼 ‘매직아이’는 이효리의 진행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대였다. 이효리를 메인 MC로 배우 문소리, 방송인 김구라, 가수 문희준이 보조 MC 역할을 맡았다. 데이트 폭력,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는 ‘킬링 분노’, 현대 불효의 행태 등 민감한 주제들을 가볍고 진솔하게 풀어냈다.

결혼 후 처음 도전하는 토크쇼라 이효리가 어떤 발언을 할지 관심이 몰렸다.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이 나한테 자꾸 스타킹을 신으라고 한다”, “부부라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는 등 높은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나는 데이트 폭력 가해, 피해 경험 둘 다 많다”며 “감옥 가야 할 것 같다”고 놀랄 만한 과거사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효리의 솔직담백한 모습에도 ‘매직아이’는 시청률 3%대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길댁’으로 소탈한 이미지를 구축한 이효리의 매력보다는 자극적인 폭로성 발언에만 집중해 시청자가 금세 피로감을 느낀 것이다. 결국 ‘매직아이’는 4개월 만에 종방을 맞았다. 그러나 이효리가 결혼 생활 이야기로 이상순에 대해 친숙함을 심어주면서 이후 두 사람이 함께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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