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행사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 찾아
자신의 경험 바탕 진정성 전달
트럼프 ‘위대한 동맹’ 표현 차용도
미 의회에선 “한국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 요구 어느 때보다 강해”
30일(현지시각) 열린 한미 정상회담까지 2박3일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訪美) 행보는 ‘한미동맹 강화’로 요약된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한미동맹이 ‘혈맹’임을 강조하기 위해 피난민 출신인 자신의 가족사를 소개할 수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행사를 첫 일정으로 선택하는 등 안보 동맹 관리에 집중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과 관련해 고조되고 있는 미국 조야의 불안과 불신을 의식한 행보였다. 두 정상이 최종적으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첫 대외행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미국 도착 첫날인 28일 열린 장진호 전투 기념비 행사에서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면서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위대한 동맹(Great Ally)’이라는 표현을 차용함으로써 미국 국민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노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면서 “저의 가족사와 개인사를 넘어 급박한 순간에 피란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켜 준 미군의 인류에게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게 미국에 전달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환영만찬에서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고, 연설에 대한 칭송의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미 의회 상ㆍ하원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선 미국 정치권 내 사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미 의원들의 거듭된 사드 질문에도 한미동맹이란 바탕 위에 사드 결정을 뒤집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 조야에 퍼져 있는 우려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북핵 해결 방안과 관련해 미국의 협력을 얻어내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선 “한국이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며 “특히 (한국에서)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모범국가로 꼽히는 미국 의회를 방문, 절차적 적법성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려는 노력인 셈이다. 이에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사드 관련 확인에 감사드린다”면서 “북한에게는 한미간 이견이 없다는 것과 군사적으로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담에 앞서 최대 난제로 꼽혔던 사드 논의를 의제에서 제외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정상 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강력한 안보에 기반한 평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정부와 동일한 기조를 갖고 있음을 부각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워싱턴=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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