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 차 방한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남북 체육교류 추진 의지에 힘을 실었다.
바흐 위원장은 30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 T1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을 통한 남북한 화해 및 대화 노력에 상당히 감사 드린다"면서 "남북 간 대화와 화해는 올림픽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열린 개회식에서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둔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며 사실상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또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바흐 위원장은 "IOC 차원에서 이미 북한올림픽위원회(NOC)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권유하고,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를 건넸다"며 종목별 와일드카드 제도를 활용해 평창 올림픽 출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도 전했다. 다만 "IOC에서는 공식적으로 단일팀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나온 것이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 “그 외 부분은 문재인 대통령과 7월 3일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바흐 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태권도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스포츠다. 우리 모두 그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공통의 가치를 앞으로 전 세계 관계자들이 모여 어떻게 전파하고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해 지속해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 183개국에서 선수와 임원이 참가하고 난민 선수도 함께한 점을 들어 "한 국가의 종목에서 전 세계의 종목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다. 태권도는 이미 국제스포츠 무대에서는 '훌륭한 선수'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아울러 재미있고 공정한 경기를 위해 경기규칙 등을 꾸준히 개정하는 등 세계태권도연맹의 지속적인 노력도 높이 샀다. 바흐 위원장은 6월 초 IOC 집행위원회에서 지난해 리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열린 28개 종목을 2024년 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치르기로 한 것을 언급하면서 "(오는 9월 페루 리마에서 열릴) IOC 총회에서 승인이 나겠지만, 태권도는 2024년에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에 걸린 태권도 금메달이 8개뿐인데 2020년 도쿄올림픽이나 그 이후 메달 수를 늘릴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8개밖에'라고 했는데 2020년 올림픽에서 일부 종목은 메달이 줄어들기도 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현상 유지’만으로도 태권도의 입지는 결코 좁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바흐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태권도원 도약센터에서 '더 나은 태권도를 위한 글로벌 교육'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태권도학술대회에 참석해 '올림픽정신과 굿 거버너스(good governance)'에 관한 특별강의를 했다. 이어 조정원 WTF 총재, 유승민 IOC 선수위원, 김성태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등과 함께 차별, 불법도박, 담합, 증오, 차별, 부패, 갈등, 장애, 도핑, 불평 등이 쓰인 송판을 격파하는 이벤트에 참여한 뒤 태권도원 방문 기념 핸드 프린팅을 하고 국립태권도박물관도 둘러봤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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