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에 월매출 35% 떼이고
임대료ㆍ인건비 부담 너무커
“최저임금 다 지키면 망한다”
9년새 본사매출 3배이상 뛸때
가맹점은 1.2배 증가에 그쳐
“알바착취, 본사에 책임 물어야”
이모(59)씨는 6년 전 경북 구미시에서 편의점 문을 열었다. 다니던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넣고 은행 대출까지 받은 터라, ‘잘못 되면 어쩌냐’는 주변 걱정이 많았지만 왠지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았다. 유명 브랜드 편의점이라 본사의 존재도 든든했다.
정작 가게를 열고 나니 현실은 이씨 마음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월 평균매출이 5,000만원이 될 정도로 꽤나 장사가 잘 되는 건 좋았다. 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하니 손에 들어오는 돈은 채 200만원이 안 됐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 월급만큼은 고사하고, 4명 가족을 먹여 살리기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씨는 “뭔가 해보려 해도 인건비 말고는 내가 손댈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적은 돈을 받고라도 일하겠다는 학생들을 찾을 수밖에 없더라”고 털어놨다. 현재 이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최저임금(6,470원)에 못 미치는 시급 6,000원을 받고 일한다.
편의점 사장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착취’하면서 갑(甲)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 “우리도 을(乙)”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브랜드 본사는 매년 매출 신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편의점(가맹점) 하나 하나는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득도 오히려 줄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최저임금 같은 걸 다 지키다 보면 우리가 망할 판”이라고 볼멘소리다.
‘편의점업계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는 지금, 개별 편의점이 벌어들이는 실제 평균 수익은 주춤하다. 보기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씨유(CU) 편의점 본사 연 매출액이 3.22배(1조5,000억원→4조9,000억원) 늘어난 반면, 개별 편의점 매출액은 1.19배(5억1,000만원→6억1,000만원) 증가에 그쳤다. 이마저도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사실상 수익이 감소한 것”이라는 게 편의점 사장들 푸념이다.
편의점 사장들은 본사 가맹점 사이 갑을 구조를 고려해달라고 한다. 수익은 보통 본사가 월 매출의 35%를 뗀 후, 나머지를 ‘월급’ 형태로 분배하게 된다. 여기서 임대료와 인건비, 운영비 등을 지출하게 되는데, 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업주는 “본사가 비용이든 뭐든 우리에게 은근슬쩍 떠넘기려고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 착취해 이익을 보전하려고 한다”는 비판에 억울해 하는 눈치다.
“그렇더라도 사회적으로 더 약자인 아르바이트생 목을 비틀고 있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비판이 대세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8개월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던 최상호(21)씨는 “한여름에 돈이 아깝다며 에어컨을 못 틀게 하고, 2시간만 더 일해달라고 부탁하고는 수당에서 빼먹는 일은 기본이었다”고 했다. 비용을 최대한 아낀다면서 아르바이트생 안전과 인권을 무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편의점 고용의 근본 문제는 본사에 있다”라며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조건 달며 최대한 뜯어내려고 하니 결국 아르바이트생에게 부담이 흘러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근로감독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1차적으로 본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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