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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 ‘미니잡’ 고용률 높였지만 질 낮은 일자리 양산

입력
2017.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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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보조 등 월 급여 57만원 미만

독일 전체 노동자 중 22%가 종사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 수두룩

독일 뮌헨 중앙역 부근의 한 잡화점. 미니잡 노동자들이 주로 이런 곳에서 일한다. 뮌헨=박재현 기자
독일 뮌헨 중앙역 부근의 한 잡화점. 미니잡 노동자들이 주로 이런 곳에서 일한다. 뮌헨=박재현 기자

“독일에 와서 일만 하고 제대로 외식 한번 못 했어요.”

아르헨티나인인 마뉴엘 슐츠(17)씨는 지난해 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할아버지가 태어난 독일을 경험하러 프라이부르크에 왔다.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독일어학원을 다니고,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한다. 주 8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버는 돈은 290유로(37만6,000원) 남짓. 방세만 300유로(38만9,000원)를 내는 그는 생활비로 부모님으로부터 매달 400유로(51만9,000원)를 받는다. 슐츠씨는 낮 시간에 할 또 다른 미니잡을 찾는 중이다.

고용률 제고의 비법인가, 질 낮은 일자리일 뿐인가. 독일 전체 노동자의 약 22%(2013년 기준), 733만여명이 종사하는 미니잡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미니잡은 월 급여 450유로(약 57만원) 미만의 일자리로,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한국의 초단시간 근로와 비슷하다.

미니잡은 독일의 고용률을 크게 높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03년 미니잡 도입 이듬해 고용률은 64.3%였는데 2008년 70%를 넘어서 2012년 72.8%까지 올랐다. 여성 고용률의 상승폭은 더욱 급격하다. 2004년 59.2%에서 2008년 64.3%로 높아지더니 2013년에는 77.8%까지 상승했다. 미니잡 종사자 중 여성이 62.3%(2013년 기준)로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니잡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했을 뿐 정규직으로 가지 못하는 ‘끊어진 사다리’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독일 고용통계청 조사에서 미니잡 종사자 중 다른 일자리를 원하지만 옮기지 못한다는 응답이 73%나 됐다. 미니잡이 주로 매장ㆍ주유소 보조(17%), 청소(15%), 사무보조(10%), 음식ㆍ숙박업(10%) 등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일자리여서 다른 직업을 구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 수준과 사회보장 등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독일 정부가 뒤늦게 미니잡에도 건강보험과 연금 등을 보장하도록 했지만 최근까지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거나 사회보장에서 배제된 노동자가 상당수라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률을 높인다며 단기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늘려온 한국에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에서는 초단시간 근로가 업무에 필요해서라기보다 사용자가 퇴직금, 휴가, 수당 등을 회피하기 위한 일자리 쪼개기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어 단기간ㆍ저품질 일자리에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초단시간 근로에 대한 사회보장 사각지대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감으로써 취약계층을 좋은 일자리로 이끄는 중간 다리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ㆍ뮌헨=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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