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한 검사기기로 고정 안돼
흡연자 “세수 확보 혈안” 불만
정부가 궐련형 가열 담배인 ‘아이코스’의 유해성 검사를 추진하다가 결국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코스의 유해성 정도를 살펴본 뒤 세금 인상에 나서려다가 어그러진 것인데, 정부는 “검사 없이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꿔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아이코스 출시(6월5일)를 앞둔 지난 4, 5월부터 ‘투 트랙’으로 유해성 검사를 추진했다. 보건복지부는 질병관리본부에, 기획재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각각 검사를 의뢰했다. 필립모리스가 출시한 아이코스는 담배에 직접 불을 붙이는 기존 궐련과 달리, 전용 담배를 휴대기기에 끼워 고열로 가열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 차이로 유해 물질 흡입량이 일반 담배의 평균 10% 수준에 그친다는 게 담배 회사의 주장인데, 정부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가열 담배를 기존의 전자담배로 분류해 1g당 51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법안(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궐련(연초)과 같이 20개비당 594원을 부과하자는 법안(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등이 올라와 있다. 유해성이 궐련이 가까운지, 액상형 전자담배에 가까운지가 중요한 쟁점일 수밖에 없다. 현재 아이코스는 개별소비세는 세율이 가장 낮은 파이프 담배 수준(연초 고형물 1g당 21원)으로, 담배소비세(1g당 88원)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1g당 73원)은 각각 액상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과된다. 누가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느냐에 따라 아이코스 전용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현재 1,300원 대에서 1,500원대(박남춘 의원안)가 될 수도, 2,900원대(박인숙 의원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해성 검사는 기술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질본은 복지부에 “아이코스는 일반 궐련담배와 모양과 무게가 달라 검사 기기에 고정시키기가 어렵다”고 답변했다. 식약처 역시 “보유한 기기로는 검사가 쉽지 않으며, 새 기기를 만드는 데 1년은 걸린다”고 알려왔다.
난감하게 된 정부는 “유해성 검사 결과가 없더라도 아이코스에 궐련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이코스도 니코틴과 타르는 물론 각종 발암물질이 나오는 것은 궐련과 마찬가지”라면서 “궐련은 니코틴ㆍ타르 함유량에 관련 없이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므로, 아이코스 역시 유해성 정도와 무관하게 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신력 있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세금 인상을 추진한다는 흡연자의 불만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아이코스 사용자는 “그나마 몸에 덜 해로운 담배를 피우면 정부도 반길 일 아니냐”며 “정부가 세수 확보에만 혈안이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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