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재단 스캔들’은 물론 각료나 자민당 의원의 잇따른 실언과 폭언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의 교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달 2일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가 코앞인데 “방위성, 자위대로서 부탁하고 싶다”며 자민당 지원유세를 한 이나다 장관의 발언을 야당이 일제히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어서다.
29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여권에선 아베 총리가 8월 개각을 통해 방위장관을 교체할 것이란 얘기가 급속히 흘러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도쿄도 다이토(台東)구에서 열린 자민당 유세장에서 “엄중한 꾸짖음을 받고 있어 당총재로서 사죄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직접 파문진화에 나섰다. 이나다 장관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자위대 관련 실언을 사과한 것이다.
당초 이나다 장관은 아베 총리가 발탁해 ‘미래의 총리 후보감’으로 띄우던 분위기였지만, 경솔한 언행으로 오히려 정권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극우정치인 이나다의 존재가 개헌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한몫한다. 자민당 간부는 “개각에 맞춰 교체하면 경질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권은 이나다 장관이 자위대의 정치행위를 제한하는 자위대법을 위반했다며 파면을 주장하고 있다. “발언 철회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행정의 독립성을 일탈하는 위법행위다”(도쿄신문)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나다 장관은 맹렬하게 반성하라”(산케이신문) 등 언론도 호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특히 자민당에선 아베 총리가 ‘2007년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각료들의 돈문제나 실언이 잇따르면서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고, 참의원 선거 패배 두 달 뒤 아베 총리는 건강문제를 이유로 총리를 사퇴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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