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2차례 연기, 내홍 불거져
도청에 ‘측근 코드인사’ 비난 유인물 뿌려져
안 지사 레임덕 ‘신호탄’ 시각도
충남도가 진통 끝에 올 하반기 인사를 발표했다.
29일 충남도는 3급 이상 공무원 4명의 공로연수나 파견 등을 가기로 한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인사에 앞서 안희정 지사의 ‘측근 챙기기’ ‘코드인사’시도에 대한 내부 반발과 인사 발표가 2차례나 연기되고 인사 시스템을 비난하는 유인물이 뿌려지는 등 내홍이 깊어졌다.
29일 오전 충남도청 곳곳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유인물이 뿌려졌다.
A4 용지 한 장의 유인물에는 작성자나 작성 단체의 이름 없이 ‘충남도 인사 적폐 수준을 뛰어넘어 안갯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도의 인사 시스템을 비판했다.
유인물은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가 살아나는 사회를 만들자는 구호가 충남도정의 인사행정에서는 한 마디의 메아리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인사 적폐는 일부 과장급 인사의 국장 승진에 대한 도와 도의회의 불협화음이고, 도민 입장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보건환경연구원장 임기 만료에 따른 외부인사 공모제를 통한 자기 사람 심기는 박근혜 정권에서나 하던 행위를 본받아 시행하는 드라마 같은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유인물이 뿌려지자 충남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누가 어떤 이유로 유인물을 작성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에 불만을 품은 사람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내용은 좀 더 알아봐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 지사의 레임덕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후보군에 속했던 안 지사의 위세에 눌려 참아왔던 내부의 불만이 일시에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안지사가 3선 출마를 접고 당 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데다 노골적인 측근인사 챙기기에 터질 것이 터졌다는 시각이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 27일 오전 기자회견과 함께 하반기 인사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특별한 해명도 없이 두 차례나 발표를 연기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남궁영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인사 발표를 연기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하루 이틀 뒤면 인사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급 이상 공무원 4명이 공로연수나 파견을 가기로 한 대폭적인 인사를 연기하면서 이렇다 할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연공서열을 무시한 채 안 지사 측근 인사 승진을 밀어 붙여 내부 반발을 불러왔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또한 도의회와의 충분한 협의 부족이 인사 발표 연기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제청권을 가진 도의회가 이번 인사에서 ‘자기 사람 심기’ ‘코드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도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태신 충남도 공무원노조위원장은 “외부 인사 영입은 조직의 안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협화음만 초래한다”며 "조직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상식과 원칙에서 벗어난 인사”라고 지적했다.
산하기관장 인사를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보건환경연구원장 공모를 놓고 정책특별보좌관 출신의 자기 사람 심기를 위한 형식적 공모라는 비판을 받았다.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 선임의 경우도 지사 측근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재단 이사들의 반발로 2차례나 무산돼, 현재 3차 공모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안 지사의 정책특별보좌관 출신인 허재영 대전대 교수가 충남도립대 총장에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익명으로 요구한 충남도 공무원은 “무슨 이유인지 명확한 해명도 없이 도민과의 약속을 두 번이나 어긴 것은 잘못됐다”며 “안 지사의 측근 챙기기로 인해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이며 유인물까지 뿌려진 것은 레임덕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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