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미 공감대 판단
‘2단계 접근법’보다 구체화
‘행동 대 행동 원칙’도 제시
당장의 비핵화 어려운 현실서
큰 틀의 합의에 초점 맞출 듯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미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북핵 동결 입구론’을 제시하며 한미 간 북핵 해법을 둔 본 게임에 돌입했다. 한미 간 최우선 의제가 될 북핵 문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북핵 해법에 대한 한미 간 큰 틀의 공감대를 이뤘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난제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는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미의 사드 결정 자체를 번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놓은 만큼 정상회담의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28일 워싱턴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것은 ‘북핵 동결 입구론’과 ‘행동 대 행동 원칙’이다. 당장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미국이 중시하는 비핵화 기조를 포기하지 않되 ‘북핵 동결’이라는 입구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앞서 로이터 등 미국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제시했던 북핵 동결ㆍ비핵화 2단계 접근법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 접근법을 거듭 강조한 것은 한미 간 북핵 해법이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리는 28일(현지시간) “대화를 위해선 조건이 맞아야 하고 조건이 맞더라도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하는 데 한미 간 공통점이 있다”고 양국의 대북기조가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20일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북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비슷하다”고 밝혔던 것에 미국도 호응하는 흐름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양국이 북핵 협상의 타이밍과 조건 등 각론 보다는 큰 틀의 합의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북핵 동결 입구론’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북핵 동결의 대가를 두고 상당한 시각차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북핵 동결에 대한 보상으로 언급한 ‘한미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에 대해선 “한미가 무엇을 북한에 줄 수 있는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만 밝혔다. 한미 간 큰 그림의 접근법이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견이 노출될 수 있는 각론에 대한 논의는 미룬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가 (큰 틀의) 합의를 해낼 수 있다면 그런 방안들에 대한 긴밀한 협의에 들어가야 되는 것”이라며 정상 회담 이후 과제로 돌렸다.
이번 정상회담의 돌발 변수로 지목됐던 사드 문제는 정상회담 전면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방미 전 수 차례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파했다”며 “미국의 반발 기류를 상당 부분 눌러둔 만큼 이번 회담에서 돌발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사드 문제는 회담의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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