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추종 세력과 민다나오 섬 마라위 지역에서 전쟁을 펼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민간인 희생은 신경 쓰지 말고 반군을 섬멸하라고 군에 지시했다. 잇따른 막말로 구설에 오르내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지만, 주민의 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이번 발언은 계엄령 선포 뒤 벌이고 있는 IS 소탕 작전이 생각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는 데 따른 조바심 표출로 보인다.
29일 AP통신과 온라인매체 래플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열린 대통령 경호대 창설 기념식에서 “군은 민간인이 있다는 이유로 (반군을)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특히 그는 “(교전의 위험을 피해) 도망치거나 숨을 장소를 찾는 것은 민간인들 스스로 해야 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선량한 주민의 안전을 경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계엄 선포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재민과 주민들에게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최근 민다나오 섬의 난민 캠프를 찾은 그는 “마라위를 파괴하고 있는 그들을 밖으로 몰아내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난민 캠프 방문은 IS 소탕 작전에서 반군에 인질로 잡히거나 고립된 주민들의 안전 문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자 이뤄진 것으로, 당시 그는 유감 표명과 함께 마라위 재건을 약속했다.
IS 소탕 작전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유감 표명 이후 그와 상반되는 대통령의 지시 소식이 알려지자 30일로 취임 1년을 맞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한 소식통은 “민간인과 IS 추종세력 분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민간인 희생을 신경 쓰지 말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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