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북핵 2단계 접근법’을 가다듬으며 워싱턴에 도착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핵심 기관과 관계자들은 이날 곳곳에서 대북 압박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포스트가 후원한 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에게, 북한과 관련해 그 누구도 취하길 원하지 않는 군사적 옵션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준비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로 공식 발표한 이후, 맥매스터 보좌관이 군사옵션 가능성을 비중 있게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이 북한 정권에 인질로 잡혀있다고도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 접근법은 중국이 경제적 관계를 통해 북한에 많은 통제 수단을 갖고 있다는 솔직한 인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관계자는 “북한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는 중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실망감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한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중국의 대북 압박과 관련해 “중국은 여전히 (압박이)모자라다”고 지적했다. 미 CNN은 국방부 군사 관료들을 인용해 미 국방부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들을 최근 새롭게 수정했으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 보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도 하원 외교위원에 출석, “북한에 대한 압력은 강해질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김정은을 피해망상으로 주민을 괴롭히는 지도자라고 비판하며 “우리는 지금, 미국이 자신을 살해하고 정권 교체를 시도한다고 생각해 주민들을 어둠 속에 가둬놓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만 듣도록 하는 망상에 빠진 지도자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어 “미국은 유엔에서 북한과 시리아, 베네수엘라 정권 등에 책임을 묻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국제사회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 제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북한이 싱가포르 회사들을 앞세워 러시아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미국의소리(VOA) 보도와 관련, “북한으로부터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려면 국제 사회가 추가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VOA는 27일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흥총회사의 간부 출신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리정호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싱가포르 회사를 내세워 러시아로부터 매년 20~30만톤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