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 동결 보상조치 협의해야”
기내 간담회서 북핵 해법 구체적 제안
장진호 전투비 헌화로 일정 시작
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3박 5일간 미국 방문의 첫 공식 일정에서 한미동맹을 “피로 맺은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북핵과 고고도미사일방어제첵(THAADㆍ사드) 문제 등으로 고조된 미국 조야의 동맹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제스처인 셈이다. 이와 함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 동결 조치를 취할 경우 한미 양국은 상응 조치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구상도 선제적으로 제시하면서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행사 기념사에서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며 “한미동맹은 더 위대하고 더 강한 동맹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문 대통령에 대한 당선 축하 전화에서 “한미 동맹관계는 위대한 동맹”이라고 밝힌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장진호 전투는 6ㆍ25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흥남 철수 작전 당시 피난민이었던 부모의 사연을 소개하고,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 철수 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동맹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우려하는 미국 조야의 우려를 불식하고 한미동맹을 발전시킬 뜻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가진 간담회에선 “북한의 핵 동결에 대응해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은 아니면서 한미가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의 추가 도발 금지와 핵 동결 약속을 수용할 경우, 향후 궁극적인 핵 폐기로 이르는 여러 단계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한미가 협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가진 입장은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정부는 비핵화가 대화 조건이라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핵 폐기에 앞서 동결부터 북한과 협상이 가능하다는 단계적 접근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30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한 큰 틀의 의견 접근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양국간의 이익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미 FTA가 더 호혜적으로 발전되고 개선된 필요가 있다면 함께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무역불균형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면서 우리 정부의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한 미국의 공감을 얻어내는 선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를 조율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양국 간 논란이 큰 사드 배치는 회담의 주요 논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미 간 무역불균형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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