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공식방문 첫날인 28일(현지시간) 첫 일정으로 찾은 ‘장진호전투기념비’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국이 역사상 가장 고전했던 전투를 기리는 기념물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박물관에 건립된 기념비는 지난달 4일 제막식을 열고 일반에 공개된 지 두 달도 안 됐지만,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과 함께 한미동맹의 주요 상징물로 떠올랐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17일간 영하 30∼40도의 혹한 속에서 미국 제1해병사단 1만5,000여 명과 우리 육군 제7사단 병력 3,000여 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을 둘러싼 중공군 7개 사단 12만여 명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철수한 전투다. 이 전투로 10만여 명의 피난민이 남쪽으로 철수할 수 있었고, 이 과정은 흥행 영화인 ‘국제시장’에서도 다뤄졌다.
무려 8배에 달하는 중공군과 맞섰던 미군은 4,500여 명이 전사하고 7,500여 명이 부상했을 정도로 희생이 컸다. 수많은 전쟁으로 최강국에 오른 미국의 전사(戰史)에서도 가장 고전했던 전투로 기록됐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장진호 전투는 한미 관계를 묘사하는 ‘혈맹(血盟)’이라는 표현과 가장 잘 부합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장진호전투기념비를 찾은 것은 한국 대통령으로서의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부모가 흥남 철수 작전을 통해 부산으로 피난 온 피난민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당시 흥남 철수를 가능케 한 미군 제1사단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문 대통령도 없었을 것이란 명제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은 문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장진호전투기념비 헌화를 잡은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후 미국을 처음으로 찾은 문 대통령과 미국의 인연을 부각하는 중요한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될 수 있어서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6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장진호 전투기념비에 헌화하는 것은 한미동맹의 특별함을 강조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가족사와도 연결되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진호 전투에서 싸웠던 미 예비역 해병들은 전투가 벌어진 장진군 고토리에서 눈보라가 그친 밤에 밝은 별이 뜬 것을 신호탄으로 포위망을 뚫은 것을 기리고자 ‘고토리의 별’을 그려 넣은 배지를 달고 있다.
이 ‘고토리의 별’이 공식 기념물로 형상화된 것이 바로 장진호 전투기념비다. 기념비는 8개의 판으로 둘러싼 2m 높이의 팔각형 기단 위에 장진호 전투를 상징하는 ‘고토리의 별’을 올린 형태다. 기단부 정면에는 장진호 전투를 설명하는 판이 있고, 나머지 7개 패널에는 장진호 전투의 지역별 세부 내용이 설명돼 있다. 기념비 건립비용(60만 달러, 한화 약 6억8,000만 원) 중 3억 원을 우리 정부가 지원했다.
연합뉴스ㆍ한국일보 웹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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