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해경, 제조업체 대표 등 4명 입건
5ㆍ24조치 이후 북한 수출 길 막히자
중국 경유 반출… 가짜 담배 제조에 쓰여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한 5ㆍ24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 담배제조회사에 담배필터를 수년간 공급해온 업체가 해경에 적발됐다.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국제범죄수사대는 남북교류및협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담배필터 생산업체 대표 윤모(57)씨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무역브로커 이모(5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윤씨 등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2012~2016년 북한 담배제조회사에 시가 160억원 상당의 담배필터 약 2,080톤을 불법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담배필터를 중국 다롄항으로 보낸 뒤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북한행 선박으로 옮겨 실은 뒤 북한 남포항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육로를 통해 북한 신의주로 보내졌다.
남북교류및협력에관한법률은 북한과 직접 교역을 하거나 제3국을 단순히 경유해 북한으로 물품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윤씨 등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대북 제재 조치에 들어가 북한 수출 길이 막히자 이씨의 도움을 받아 중국을 경유하는 우회 길을 찾았다.
북한으로 반출된 담배필터는 북한 담배나 가짜 미국ㆍ일본 담배를 만드는데 사용됐다. 해경이 중국 단둥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북한과 가짜 외국 담배를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윤씨 등이 불법 수출한 담배필터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 외국 담배 수출은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알려졌다.
해경 관계자는 “윤씨 등은 5ㆍ24조치 직후인 2010~2011년에도 담배필터를 불법 반출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범죄혐의에는 포함시키지 못했다”라며 “북한에 반출된 담배필터는 6억7,600만갑의 담배를 제조할 수 있는 양으로 북한 담배제조회사는 갑당 440원씩 약 3,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