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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답다는 것, 여자답다는 것

입력
2017.06.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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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 있고 웅장한데 섬세하고 따뜻한 근육 아저씨를 통해 작가는 말한다. 중요한 건 사람답게 사는 거라고. 조원희 작가 제공
위엄 있고 웅장한데 섬세하고 따뜻한 근육 아저씨를 통해 작가는 말한다. 중요한 건 사람답게 사는 거라고. 조원희 작가 제공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조원희 지음

상출판사 발행ㆍ40쪽ㆍ1만2,000원

숲 속에 두 사람 살고 있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어떤 관계인지는 알 수 없다. 그게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다. 둘 사이에 특별한 사건도 없다. 그 또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 뭣이 중한가? 이 그림책이 보여주는 건 다만, 두 ‘인물’이다.

근육 아저씨는 취미가 새들 무등 태워 주기와 다친 새 치료해 주기. 양 팔을 올려 뫼 산 자를 만들고 근육이 잘 발달한 어깨와 상박에 새들을 앉힌 자태는 웅장하여 위엄 있고, 붕대 한 끝을 입에 물고 아기 새의 다친 날개를 싸매 주는 모습은 섬세하고 따뜻하다. 새들이 떼로 몰려와 무등을 타겠다고 성가시게 굴어도 “얼마든지 타도 좋지만 눈은 가리지 말아야지” 타이를 뿐이다. 제 팔뚝에 그네를 매어 아기 새가 다시 나는 걸 돕기도 한다.

뚱보 아줌마는 어떤가? 개미가 밟힐까 조심하느라 걸음이 늘 뒤뚱거린다. 개미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주고, 개미들이 집으로 돌아갈 땐 모두 무사히 돌아가 잠들 때까지 엎드려 지켜봐 준다. 그러다가 저 자신이 먼저 잠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면 개미들은 ‘뚱보 아줌마가 감기에 걸리면 안 되지’하며 연둣빛 나뭇잎을 수없이 물어다 덮어 주고, 잠든 아줌마를 본 아기 새는 서둘러 근육 아저씨에게 날아가 일러 주는 것이다. “뚱보 아줌마가 또 땅바닥에서 잠들었어요.”

황급히 달려온 근육 아저씨는 뚱보 아줌마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둘러 업는다. 집에 데려다 줄 테지. 둘의 보금자리일까 뚱보 아줌마네 집일까? 아무려면 어떤가. 어쨌든 근육 아저씨는 뚱보 아줌마를 편히 잘 수 있게 해 주리라. 그러곤 무엇을 할까?

다음 장면을 보니 뚱보 아줌마가 나팔을 불며 조그만 자전거를 타고 온다. 나팔로 ‘개미들아, 내가 가니까 다치지 않게 피해다오’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 자전거와 나팔은 어디서 났을까? 책머리로 돌아가 보니, 근육 아저씨가 연장통과 바퀴 두 개를 들고 머리 위엔 나팔을 입에 문 새 한 마리 얹고 달려가는 프롤로그가 있었다. 그 나팔, 그 자전거 바퀴였구나. 그러고 보면, 작가는 근육 아저씨를 주되게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위엄 있고 웅장한데 섬세하고 따뜻하며 배려할 줄 아는 남자.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 건가에 대한 관념을 지니고 산다. 거기 성정체성이라는 항목도 있다. 이 책을 소개하는 필자는 남성으로서 ‘남자답게’ 살고 싶은 관념이 있다. 그런데 남자다움이란 무얼까? 걸핏하면 ‘사나이’ 운운하는 ‘쎈 남자’들의 언행이나, 자신이 ‘남성 대표’인 줄 아는 먹물들의 ‘남자 설명서’를 보면 알 수 있을까? 두어 달 새 ‘발정제’니 ‘노룩패스’니 “걘 단지” 따위로 입길에 올랐던 남자들의 경우를 보면 전혀 아니다. 오히려 ‘여성’ 작가 조원희가 만든 이 멋진 그림책을 보니 알겠다.

어? 그럼 우선 근육부터 키워야 하나? 아! 나는 숲속에 살지 않으니 상관없겠다. 그보다는 숲속의 근육이 숲 밖에선 무얼까 생각해 봐야 할 듯. 그 전에 먼저 섬세하고 따뜻하며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야겠지… 어? 근데, 그건 남녀불문 ‘사람’의 덕목이잖은가? 아! 중요한 건 그저 사람답게 사는 거였다.

김장성 그림책 작가ㆍ출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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