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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파라다이스…슬픈 ‘물의 나라’ 키리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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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파라다이스…슬픈 ‘물의 나라’ 키리바시

입력
2017.06.29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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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마지막 파라다이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Once in a lifetime…. 다소 진부한 수식이지만 남태평양은 더 이상의 표현을 찾기 어려운 ‘궁극의 여행지’ 다. 전 세계의 부호와 유명 인사, 신혼여행객에게 가장 사랑 받는 지역이다.

키리바시 타비튜에 섬 해초 농장. copyright@geosteinmetz
키리바시 타비튜에 섬 해초 농장. copyright@geosteinmetz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말론브란도’ 섬에 체류하며 자서전을 집필했고, 레드불 회장은 하루 2,000만원을 호가하는 피지의 ‘라우쌀라’ 섬을 통째로 사서 거의 매달 전용기를 타고 날아든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니콜 키드먼, 휴 그랜트, 한국의 삼성 이재용 부회장, JYP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스타와 부호들이 허니문이나 휴가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최근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2040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신혼여행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4명이 남태평양(41.2%) 지역을 꼽았다. 10년 넘게 아성을 지켜오던 몰디브와 동남아시아를 밀어내고 남태평양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도 음과 양이 있다.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피지, 사모아 등 ‘럭셔리 허니문’ 지역으로 꾸준히 사랑 받으며 세계적 호텔 체인이 입성을 다투는 섬들이 있는가 하면, 반세기 안에 섬 전체가 가라앉을 위기에 처한 나라도 있다.

키리바시 아이들.
키리바시 아이들.
키리바시 타라와 섬의 야자수 그네. copyright@geosteinmetz
키리바시 타라와 섬의 야자수 그네. copyright@geosteinmetz
키리바시 수도인 타라와 섬
키리바시 수도인 타라와 섬

유엔의 기후변화협의회(IPCC)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의 일부 섬 나라는 50년 내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다. 특히 키리바시(Kiribati의 ‘ti’를 현지에서는 ’s'로 발음하기 때문에 ‘키리바스’가 더 정확하지만, 국내에서 통상적으로 쓰는 ‘키리바시’로 표기를 통일했다)는 가장 높은 곳이 해발 81m에 불과해 가장 위태로운 곳 중 하나다. 이미 1999년에 2개의 섬이 사라지기도 했다. 2014년부터 1,600km이나 떨어진 피지에 745만평에 이르는 땅을 사서 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남태평양 국가의 대다수가 산호섬이라는 특성상 식수를 빗물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키리바시는 가뭄과 식수부족이 국가 수몰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인근 팔라우,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연방공화국 등은 식수부족으로 이미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언론에서 곧 ‘사라질 나라', '기후 난민'과 같은 절망적인 이미지로만 키리바시를 주목하는 현실은 이들을 더욱 힘겹게 한다. 키리바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면 기후변화나 수몰 위기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되려 그들만이 가진 특별한 자연환경과 고유한 문화를 자랑하며, 꼭 ‘키리바시에 놀러 오라’고 밝은 웃음을 보인다. (정말 50년 안에 다녀와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곳에서는 얼마나 큰 물고기가 잡히는지, 산호초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인근 섬 나라들과 경쟁하듯 자랑한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라는 자랑을 늘어놓을 때는 얼굴에 희망과 미소가 가득하다.

키리바시에 잡힌 참다랑어.
키리바시에 잡힌 참다랑어.
키리바시에서 잡힌 황다랑어.
키리바시에서 잡힌 황다랑어.
키리바시 타비튜에 섬의 석양. copyright@geosteinmetz
키리바시 타비튜에 섬의 석양. copyright@geosteinmetz
키리바시 아바이앙 섬의 아이들.
키리바시 아바이앙 섬의 아이들.

키리바시는 3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있는데 21개가 무인도이고 인구는 고작 12만명이다. 하지만 섬들이 남북으로 1,600km, 동서로 3,200km 이상의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다. 육지 면적만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지만, 2시간이나 시차가 발생하는 기이한 나라이기도 하다. 가장 동쪽의 키리티마티는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14시간 앞서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이기도 하다.

인구의 90%가 길버트섬에 살며, 그 중 대부분이 수도인 타라와(Tarawa)에 거주한다. 타라와는 키리바시의 수도지만, 역시 독립된 섬이다. 길버트섬은 1788년 키리바시를 발견한 영국 탐험가 토마스 길버트(Thomas Gilbert)의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국가 이름인 키리바시 역시 길버츠(Gilberts)를 현지어로 발음한 것이다.

키리바시에서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혹은 키리티마티)’ 섬은 642㎢로 세계에서 가장 큰 산호섬이다. 하지만 2015년 인구는 고작 6,447명 밖에 되지 않는다. ‘물의 나라’ 라는 슬픈 별명처럼 곧 가라앉을 위기에 처해 있기도 하지만, 훌륭한 해양자원과 거대한 물고기가 잡히는 바다 낚시로도 유명하다. 섬 전체가 참치, 돛새치, 청새치, 꼬치삼치, 창꼬치 등 80㎏이 넘는 육중한 바닷물고기가 잡히는 낚시 명당이다. 희귀조류와 200종이 넘은 산호초, 언제 가라 앉을지 모르는 ‘한정판 여행지'라는 수식어 때문에 크리스마스 섬으로 가는 비행기는 늘 만석이다.

수도 타라와는 하와이와 호주 딱 중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피지, 하와이, 호주를 경유하는 방법이 있다. 키리바시에는 타라와, 크리스마스, 캔톤(Kanton) 섬에 공항이 있고, 피지에어웨이즈와 나우루항공이 운항한다. 피지에서 타라와까지는 3시간이 소요되는데 매주 월ㆍ목요일 2편이 운항한다. 콴타스, 케세이패시픽과 공동운항하기 때문에 호주, 뉴질랜드, 미국, 홍콩을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www.fijiairways.com 참고). 호주 브리즈번에서 출발할 때는 나우루항공(Nauru Airline)이 편리하다. 월요일 오전에 타라와에 도착하고, 수요일 정오에 브리즈번으로 출발하는 일정이라 급하지 않게 여행일정을 짤 수 있다(www.ourairline.com.au 참고).

박재아 여행큐레이터 DaisyParkKorea@gmail.comㆍ사진제공 키리바시 관광개발국(www.kiribatitourism.gov.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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