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병역거부자 신상 공개
하급심ㆍ대법원 유무죄 판단 엇갈려
첫 공동소송에 행정법원 판단 주목
대체복무제 도입이 변수 될 듯
오랜 사회적 난제인 ‘양심적 병역거부’문제는 법정에서도 다툼이 치열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위법성을 다투는 재판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병무청의 신상공개 적법성 문제도 법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 김정숙)는 28일 강모씨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 110여 명이 병무청을 상대로 청구한 인적사항공개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 기일을 열고 “병무청이 인적사항 공개 처분 사실을 개별적으로 고지하지 않은 이유를 다음 기일까지 밝히라”고 병무청에 석명을 요구했다. 공개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살핀 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인적사항 공개 대상자에 해당하는지를 심리하겠다는 뜻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인적사항은 지난해 12월부터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개됐다.‘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을 거부하는 이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병역법 조항 신설에 따른 것이다. 병무청은 전쟁을 반대하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로 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 140여 명의 이름과 나이, 주소, 기피일자 등을 국외불법체류자, 병역판정 신체검사 기피자들의 인적사항과 함께 홈페이지에 일괄 공개했다.
다음 기일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간 대체복무를 행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어 인적사항공개처분 적용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있을 지를 두고 그간 사법부에선 엇갈린 판단을 내려왔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지난 8일 양심적 병역거부 형사사건 3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지난해 10월 광주지법에서는 첫 항소심 무죄판결이 나왔다. 이처럼 하급심의 무죄 판단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법원에서는 지난 25일 전원합의체 회부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병역법 위반 입장을 올해 들어 13번째로 재확인했다. 앞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조항에 합헌 결정을 두 번 내린 헌재는 6년째 세 번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행정처분을 내린 병무청 판단과 관련한 첫 공동소송에서 행정법원 해석이 처음으로 나오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사실 인정을 다투는 게 아닌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 기일 곧바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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