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팔 목적으로 투자자들 몰려
“우선 할인 분양 약속 이해 안돼”
검사장 승진 대상인 A 지청장은 아들 유학비도 빌려줄 만큼 친한 시행업자와 시세의 반값 월세로 계약을 맺고 고급 아파트에 2년간 거주한 데 대해 해당 아파트의 문제를 들면서 실거주ㆍ투자 가치가 낮다며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의 서울 용산구 Y주상복합아파트(559세대)를 취재한 결과는 A지청장의 주장과는 상반된 점이 많다.
A지청장은 부동산중개사에 자체 의뢰한 분석 결과를 들며 “입주 당시 부동산 경기가 장기적 침체 상황이었고, 미분양 장기화가 우려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입주 당시 미분양 물량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상당한 투자가치로 투자자들이 앞다퉈 분양 받으려 했던 물건이다.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ㆍ6호선 삼각지역이 도보로 5분 거리인데다 강남권 진입이 용이한 반포대교도 가깝다. 역세권 요지에 있어 투자가치를 인정 받는 분양 물건으로 주목 받았다.
미분양도 2013년 말 시공사 부도 등으로 비롯된 각종 분쟁으로 인한 분양 과정상의 차질 영향이 컸다. 수천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채권단으로 대주단을 꾸리고, 시행업자 K씨 사이에 분양관리 업무를 맡는 신탁회사를 뒀다. 대주단은 손실을 만회하려고 제동 걸렸던 미분양 물량에 대해 할인분양을 내걸었다.
이에 금세 투자자들이 몰렸고, 특히 업계 큰 손들이 대거 물량을 사들여 되팔 목적으로 수의계약을 노렸다. A지청장이 입주를 시작한 2015년 당시에는 눈독을 들이는 투자자들이 넘쳤다. A지청장은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소명할 때 “현재도 아파트 대형 평수는 빈 집이 수두룩하다”고 ‘특혜 입주’ 의혹을 부인했지만, 시행업자 K씨는 “당시 대형 평수가 90세대였는데 미분양 물량은 30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매(公賣)조치가 된 뒤로는 아파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업체의 말이다. 할인분양으로 매수 열기가 과열돼 신탁회사가 수의계약으로 인한 ‘특혜 시비’를 의식해 이듬해부터 미분양 물량을 공매로 전환했다. 실제로 할인분양을 받을 목적으로 브로커에게 거액을 투자한 사람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공매에 관여했던 한 주민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인근에 큰 공원이 들어서고 국제업무지구 조성을 비롯해 대형 건물이 들어서는 개발호재로 58평형도 30% 할인 공매에서 20%로 변경되는 등 갈수록 가치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들도 입주하면서 이곳의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씨는 A지청장 측에 “우선적으로 할인 공매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아파트 분양대출에 관여한 금융기관 간부는 “채권단도 있는데 시행업자가 무슨 재주로 그런 약속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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