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에너지정책은 구호나 의지로만 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접근성’. ‘안정적 공급 가능성’, ‘효율성’, 그리고 ‘환경‘을 고려해 최적화된 에너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5년 마다 ‘국가에너지계획‘, 2년 마다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대부분 접근성에 에너지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고,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네 가지 목표가 골고루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운전 중 발전소 정지와 건설 중 발전소 중단과 같은 중요사안이 사전검토 겨를도 없이 신정부의 정책으로 공표됨에 놀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에너지원은 석탄 39%, 원자력 31%, 가스 19%, 신재생 3.3% 등(2015년)으로 구성돼 있다. 전기에 색깔이 없듯 사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전기일 뿐이다. 그러나 발전과 송배전 사업자 입장은 크게 다르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소는 기동ㆍ정지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순간적으로 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정격출력으로 계속 운전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LNG 발전소는 기동ㆍ정지와 출력 조절이 쉬우므로 주로 피크시간대 운전에 적합하다. 그밖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전 가능시간과 출력이 전적으로 기상조건에 달려있기 때문에 ‘비신뢰성 전원’으로 분류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은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에서 거래된다. 전력거래소는 수요예측과 입찰결과를 바탕으로 시장가격(SMP)을 결정한다. 그리고 계통운영상의 각종 제약사항을 고려해 계통분석 후 실시간 급전을 한다. 전력시장 운영결과(2015년)를 분석해보면 LNG 발전소의 이용률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LNG 발전소의 설비용량 비중은 약 30% 임에 비해 발전용량 비중은 약 20%다. LNG 발전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발전으로 간주되지만,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 대비 전력시장 구입원가가 약 2.5배나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경우는 환경보호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최상의 선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있다. 경제성이 크게 개선된다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전력망의 특성 때문에 ‘비신뢰성 전원’의 전력망 편입에 제약이 크다는 점이다. 인접국가와 전력망 연계 또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장치(ESS) 설치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국가 간 전력망 연계가 불가능하고, ESS 경우는 한국전력이 분단위의 주파수 조정용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도다.
기술과 환경변화에 따라 발전 에너지원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대체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조건이 성숙되기도 전에 성급하게 정책을 밀어붙였을 때 그 결과는 곧바로 국가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원자력발전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그 해답은 전력계통의 ‘비신뢰성 전원’ 수용능력과 국가산업의 경제적 수용능력에 달려있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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