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미 일정 전 국정과제 보고 무산
G20 정상회의까지 감안, 10일 이후가 될 듯
대국민보고대회에서 대통령 직접 발표 검토
“오늘은 특별히 발표할게 없습니다.”
28일 오전 11시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 기자실. 정례브리핑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선 박광온 대변인은 멋쩍은 표정으로 ‘브리핑 내용 없음’을 발표했다. 지난 5월 22일 공식 출범 이후 한 달 넘게 쉴 새 없이 달려와 100대 국정과제를 사실상 마무리해놓은 국정기획위지만,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으로 최종 결재사인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국정과제 보고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변인의 ‘빈손 브리핑’은 예고됐던 일이었다. 당초 내달 5일까지 활동 기한을 예고했던 국정기획위는 대통령 방미 전에 5개년 국정계획을 보고하려 했으나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
국정기획위 핵심 관계자는 “방미 전에도 시간을 낼 수 없었지만,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이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틀 뒤에 G20 정상회의 참석 차 독일로 출국해 그 사이 짬을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결국 국정기획위 보고는 G20 정상회의와 독일 순방 일정이 끝나는 내달 10일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정기획위는 개점 휴업 상태가 불가피하게 됐다. 대통령에게 보고 없이 언론에 먼저 발표를 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는 담금질의 시간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쟁점이 큰 사안에 대해 부처와 각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청와대와도 실시간 협의를 통해 국정과제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거치겠다”며 “다음주엔 민주당 내 정책조정위원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용을 공유하며 실행 동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됐던 공직후보자 인선 검증 기준안 발표 역시 1기 내각 구성이 완료된 이후로 넘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대변인은 “지금 인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발표를 하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지 않겠냐”며 “(1기 내각) 인사가 일단락 된 뒤에 발표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보고를 마친 뒤 15일께 대국민보고대회를 열고 문재인정부의 5개년 청사진을 국민 앞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방식 역시 긍정 검토하고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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