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단말기 보조금을 둘러싼 2,900억원대 세금 반환소송에서 SK텔레콤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 김필곤)는 SK텔레콤이 이미 낸 세금 중 단말기 보조금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세무당국이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세법상 비과세대상인 ‘에누리액’으로 봐야 한다는 SK텔레콤 주장을 2심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SK텔레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하면서 단말기 보조금 5조3,389억원을 과세표준에 넣어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단말기 보조금은 자신들이 소비자들에게 에누리해준 것이니 세금을 매기면 안 된다며, 이미 납부한 세금 중 보조금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2,943억9,600만원을 돌려달라고 세무당국에 청구했다. 당국이 SK텔레콤의 청구를 2012년부터 2013년까지 5차례에 걸쳐 거부하자 2014년 8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2심 재판부는 "‘에누리액’에 해당하려면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요금에서 직접 공제되는 금액이어야 한다“고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단말기 보조금이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돈이긴 하지만,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공급가에서 직접 깎는 금액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약관을 보면 보조금은 단말기 구입비용의 일부로 지급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앞서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낸 KT와는 단말기 유통구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KT는 이동통신사업과 단말기 공급사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을 KT에서 에누리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반면, SK텔레콤은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단말기 공급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말기 보조금을 SK텔레콤 에누리액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이 단말기 판매와 관련해 KT와 다른 사업구조를 선택한 이상, 같은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동통신사 사업과 단말기 판매업을 합한 범주에 놓고 조세평등을 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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