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중심 탈피 국익 외연 확대
거대 다자외교 틀 구상 마쳐
동북아평화협력구상 朴정부안 수용
‘동북아더하기 구상’ 하반기 발표
문재인정부가 동북아 3국 협력에 더해 동남아 국가 협력체인 아세안(ASEAN)과 인도와의 협력 강화까지 포함하는 거대 다자외교 틀에 대한 구상 작업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외교분야 공약으로 내걸었던 ‘동북아더하기 책임공동체 구축’ 과제가 윤곽을 드러낸 것으로 청와대 최종 보고를 거쳐 하반기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정부의 향후 다자외교정책의 근간이 될 동북아더하기 구상에는 특히 전임 박근혜정부의 대외정책이었던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동평구)과 유라시아이니셔티브도 포함됐다. 박근혜정부의 외교정책이라도 필요하다면 이어가겠다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국정기획자문위와 최근까지 동북아 더하기 책임공동체 구체화 작업을 벌여왔다”며 “큰 그림에서 전임 정부의 다자외교 정책에 아세안ㆍ인도와의 협력 구상을 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박근혜정부의 대표적 대외정책으로 꼽힌다. 과거사 문제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현안에 가로막혀 한중일 3국 간 협력이 어려운 만큼 원자력, 환경, 재난, 테러 등 연성 이슈부터 협력 토대를 구축하자는 취지였다. 2014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차관보급 회의를 개최했지만,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의 부침 속에서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2013년 10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유라시아이니셔티브도 마찬가지다. 유라시아 국가 간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대북정책에서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시큰둥한 반응으로 사장되다시피 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임 정부가 대북압박 드라이브를 걸며 중ㆍ러의 협력을 얻기 어려웠지만, 현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동평구와 유라시아이니셔티브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중국과 러시아의 호응을 못하면서 발목이 잡혔지만, 동평구나 유라시아이니셔티브의 구상 자체는 좋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더해 다자 협력의 틀을 아세안과 인도까지 확대했다. 우리 정부의 다자외교 구상에 아세안과 인도가 전면에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4강 외교 중심에서 탈피해 국익 창출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취임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아세안 특사로 파견해 대(對) 아세안 외교 강화 의지를 피력했다. 실제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1,188억 달러로 전체 교역액의 13% 를 차지하는 제2의 교역 파트너지만 정치적 협력 체계는 미미한 수준이다. 인도는 12억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3위의 구매력을 갖춘 ‘포스트 차이나’로 평가 받지만 한국의 대(對)인도 수출 규모는 지난해 116억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지난해 인도와 원전수출 협정까지 체결하는 등 이미 상당한 수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경쟁국들에 비해 아세안과 인도와의 협력 수준이 많이 뒤쳐진 상태”라며 “현 정부에서 이들 지역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다행이지만 이마저도 이미 늦었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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