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특수고용직 보호 정책에
보험업계 사측 부담 늘어 난색
“부당행위 해결 유일한 창구” 환영
“세금만 더 늘어날 가능성” 손사래
설계사들간 찬반 의견도 엇갈려
캐디들 “사업주 눈치보이는데…
현실적으로 노조 설립 가능할까”
“일률적 강행보다 자율적 해결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보험 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대리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노동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ㆍ단체행동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수고용직 보호가 강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직종이 워낙 다양하고 같은 직종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ㆍ도급 형태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이들이다. 형식상으로는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누리지 못하는 개인사업자이지만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얻는다. 이중 보험 설계사가 34만여명(업계 추산은 41만여명)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권리 보호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게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고용ㆍ산재 보험을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에 이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동3권을 인정하고 고용ㆍ산재 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경우 사측의 부담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1조5,00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이 들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의 협업을 통한 금융서비스)나 온라인 판매 채널 확대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보험설계사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는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는 정부 기조에 오히려 역행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계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설계사들의 단체인 보험인권리연대는 지난 4월부터 서명운동과 함께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오세중 보험인권리연대 위원장은 “설계사들은 부당행위를 당해도 개별 소송 외엔 방법이 없다”며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바로 노동3권 보장”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세금만 더 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고소득 설계사들의 경우 지금은 소득의 3.3%만 사업소득세로 내면 되지만 근로소득세를 납부할 경우 최고 세율이 40%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월 7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한 설계사는 “노동권 보장은 이미 불공정행위 금지 같은 제도가 있는 만큼 옥상옥만 될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캐디들도 뚜렷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경기 S골프장의 캐디 박모(27)씨는 “산재보험 가입도 사업주 눈치가 보여서 어려운 마당에 노조 설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모르겠다”며 “노조 설립이 가시화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권리 보호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특수고용직의 ‘특수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만큼 정부가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를 일률적으로 강행하기보다 당사자들의 의사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기본 권리인 노조 설립 등은 인정하고 다른 문제는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직군을 세분화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사회보험과 노동권을 분리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외국 사례와 민간ㆍ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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