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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신문의 디지털시대 생존법

입력
2017.06.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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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적어 놓고 보니 한때 유행했던 각종 재난에서 살아남는 법을 소개한 서바이벌 교본 이 떠오른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언론환경은 적자생존의 법칙이 작용하는 정글을 연상케 한다. 그만큼 언론사들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이 예전만큼 신문을 읽지 않는 요즘, 신문사들의 고민은 줄어든 신문 수익을 디지털에서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단 국내 신문사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 후배기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주최 ‘세계편집인포럼’에 다녀왔다. 그에 따르면 여기 참가한 해외 언론들은 인터넷 뉴스의 유료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각 신문사가 공들인 내용을 별도 판매하는 프리미엄 뉴스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와 환경이 다른 해외에서는 이 방법이 통한다. 지난달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뉴욕타임스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분기 매출이 5% 늘면서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 전환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인터넷에서 돈 내고 뉴욕타임스를 보는 유료 구독자였다. 뉴욕타임스의 유료 구독자는 현재 220만 명으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2%(30만명) 증가했다.

일본의 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도 2010년 디지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7년 만인 올해 초 인터넷 유료 구독자가 50만 명을 넘어섰다. 니혼게이자이의 인터넷 유료 구독자는 인수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까지 합칠 경우 114만 명으로 뉴욕타임스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국내는 환경이 다르다. 대부분의 기사를 포털에서 무료로 찾아볼 수 있는 국내에서는 신문사들이 디지털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기 힘들다. 특히 1980~90년대 컴퓨터를 사용한 세대들은 각종 콘텐츠를 불법 복제하거나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 받는 데 익숙해 돈을 내고 사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10ㆍ20대들은 다르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각종 게임 진행과 소통을 위한 아이템을 사는 일에 익숙하고, MP3 등 디지털 음원과 넷플릭스 같은 유료 인터넷 영상을 구매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 땅에서 디지털 수익을 고민하는 신문사들이 눈 여겨 봐야 할 대상들은 바로 인터넷에서 콘텐츠 구매를 마다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다. 해외에서 디지털 유료화에 성공한 매체들도 유료 구독자의 30~40%가 밀레니얼 세대다. 그래서 뉴욕타임스의 마크 톰슨 대표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국제뉴스미디어협회 총회에 나와 언론사들의 유료화 관건이 밀레니얼 세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단,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무조건 모든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전히 단순 문자 기반의 콘텐츠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지갑을 열기 힘들다. 워낙 흔하고 복제와 유포가 쉬운 상황에서 유료화의 가치를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들을 겨냥한 유료 서비스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형태와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의 다시 보기를 구매하는 것은 꺼려도 인터넷 개인방송인 아프리카TV를 보면서 마음에 들면 방송진행자와 호응하기 위한 ‘별 풍선’을 아낌없이 구매한다. 원하는 부분만 끊어 편집한 ‘짤방’ 영상이 많은 유튜브와 편의성을 강조한 네이버의 V라이브 및 넷플릭스의 인기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지드래곤이 신곡을 USB에 담아낸 것도 쌍방 호응, 편의성, 개인의 관심사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

세상은 변해도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를 전달하는 형태와 방법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결국 정답은 시장에 있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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