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서 일부 효력 결정
코미 사태도 ‘찻잔 속 태풍’
보선 전승으로 국정동력 회복
공화당선 재선 낙관론 솔솔
40% 안팎의 낮은 지지율, 언론의 ‘러시아 스캔들’ 폭로로 위기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중순 이후 국정 장악력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청문회 증언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친 데 이어 13일 두 군데 연방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고, 26일에는 연방대법원이 ‘반 이민 행정명령’ 효력을 일부 인정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기를 살려주는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맞춰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시리아 등 이슬람권 6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반 이민 행정명령’의 일부를 법적 분쟁이 끝나기 전 발효할 수 있도록 한 연방대법원 결정과 관련,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한 확실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 본토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오늘 판결을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러시아 스캔들’ 파문과 관련, ‘오바마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을 알고도 늑장대처를 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계기로 연일 ‘오바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가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관해 중앙정보국(CIA)의 통지를 받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유는 클린턴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데다가 평지풍파를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는 (러시아의 선거개입 행위에 대한 대처를) 막으려 하는 대신, 공모하고 사법방해를 했다”고 덧붙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러시아에 관한 오바마 정부의 행위는 오바마의 동기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한다”며 “트럼프와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 이 카드(러시아 스캔들)를 사용한 게 매우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는 민주당에도 화살을 겨눴다. “힐러리 클린턴은 ‘미친’ 버니 샌더스를 꺾기 위해 민주당과 공모했다”며 자신과 측근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고 주장해온 민주당의 논리를 답습해 역공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격에 맞서 공화당도 대열을 갖춰 공세에 나섰다. 상원 법사위를 통해 오바마 정권 시절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이 FBI의 클린턴 이메일 수사에 간섭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치던 CNN도 지난주 내보낸 ‘러시아 스캔들’ 관련 보도가 오보로 밝혀지면서 관련자들을 해고하는 등 궁지에 몰렸다.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정권의 미래를 낙관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하고, 그 4년 뒤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4차례 보궐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도 망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이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를 성공시킨) 앤드루 잭슨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