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진정성립도 답변 거부 논란
26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 사건 재판에서는 증인의 진술거부권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1주일 전 법정에 선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마찬가지로 삼성 전직 임원들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작성된 조서가 본인 동의 하에 만들어진 게 맞느냐는 질문(조서의 진정성립)마저 답변을 거부했다. 검찰과 특검은 진정성립 절차는 진술거부 대상이 아니라며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가장 먼저 증인으로 나온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12개의 특검 질문에 모두 증언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검이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조서들에 대해 모두 증거 사용에 동의한 사실 있죠”라며 조서의 진정성립 절차를 진행했지만 황 전 전무가 이마저도 답을 않자 헌법상 권리 대상인지가 논란이 됐다.
헌법 12조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148조는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 전 임원들은 이를 근거로 증인신문 내용이 자신의 형사재판과 관련 있다는 점을 들어 모든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특검과 검찰은 수사기관의 진술조서와 피고인신문조서가 본인 확인 후 작성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마저 진술거부 대상은 아니라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삼성 전 임원들이 과거 특검 조사에서 했던 진술조서를 박 전 대통령 측이 증거로서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술 당사자가 법정에서 조서에 직접 서명한 사실을 확인해야 증거 능력이 생긴다. 삼성 전 임원들이 뇌물 사건과 관련한 진술이 담긴 조서의 진정성립까지 답변을 거부하면 검찰과 특검 입장에선 혐의 입증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검찰과 특검은 “이미 증인들이 자신들 사건에서 증거로 동의한 바 있어 진술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증인들의 증언거부 사유 소명서를 받아 보고 증언 거부 대상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다”며 증인 신문을 끝냈다. 황 전 전무 외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이 증인으로 나온 이날 재판은 1시간 만에 종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증인이 질병ㆍ해외거주로 인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때 인정된 사례와 그렇지 않은 사례가 각 한 차례씩 있어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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