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하기 전 손만 잘 씻어도 식중독 70%까지 예방
설사는 독소 배출 회복과정 지사제 남용은 말아야
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캄필로박터 대장균 등에 의한 식중독(세균성 장염)이 극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때이른 폭염으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에 의한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아졌다며 지난 23일 식중독주의보를 발령했다.
최근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 구토 발열 복통 설사 등으로 고생하는 이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3개월 동안 세균성 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이가 24만6,365명이었다. 지난해 전체 환자의 35%가 석 달 동안 집중됐다. 2014년과 2015년도 마찬가지로 6월부터 환자가 늘어 가을철이 돼야 꺾이는 추세다.
6~8월에 세균성 장염 집중돼
겨울철에는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높은 온도와 습도로 병원성 대장균, 살모넬라, 캄필로박터, 장염비브리오, 포도상구균 등에 의한 세균성 장염이 많다. 최근 5년(2012∼2016년) 여름철(6∼8월) 평균 발생 원인체를 보면, 병원성 대장균 20건(1,091명), 살모넬라 7건(369명), 캄필로박터 9건(351명), 퍼프린젠스 3건(149명), 장염비브리오 6건(58명) 등이다(식약처).
음식이 위생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조리되거나 더운 날씨로 인해 변질되면 세균이 몸 안에 들어와 장염을 일으킨다. 음식 섭취 후 72시간 내에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이 나타난다. 특히 포도상구균에 감염되면 6시간 이내 증상이 생긴다.
가벼운 장염은 약을 먹지 않아도 1주일 이내 저절로 낫는다. 따라서 증상이 약하면 구토나 설사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 다만 복통이 지속되고, 열이 나거나 혈변이 생기는 등 심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대장과 연관된 질환인 염증성 장질환이나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한 만큼 증상이 계속되면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정성애 이대목동병원 위ㆍ대장센터 교수는 “세균성 장염의 감염경로는 주로 깨끗하지 않은 물과 식품인 만큼 음식을 조리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고, 손에 상처가 났다면 요리하지 말아야 하며,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도 신선도를 체크해야 한다”고 했다.
비브리오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만성 간질환이나 당뇨병 환자, 평소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은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삼가야 한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다.
지사제는 금물, 음식 섭취 주의해야
정 교수는 여름철 장 건강을 위한 ‘6가지 생활수칙’을 제시했다. ①식중독 위험을 막으려면 음식은 1분 이상 가열한 뒤 먹어야 한다. 냉장고에 보관한 음식도 상할 위험이 있으므로, 유통기한이 지났다면 과감히 버리는 게 좋다. 조리과정에서 손만 잘 씻어도 식중독의 70%를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조리 전에 반드시 비누나 세정제로 20초 이상 손을 씻고, 손바닥은 물론 손등, 손가락 사이와 끝, 손톱 밑까지 꼼꼼히 문지른다. 손에 상처가 났다면 요리하지 말아야 한다.
②설사한다고 무조건 지사제를 먹거나 굶으면 안 된다. 설사를 무조건 멈추게 하는 것이 최고라 여겨 대개 지사제를 먹는다. 계속 설사하면 문제이지만, 설사는 몸 속에 들어온 독소를 배출하는 회복과정이므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 먹는 게 좋다. 설사할 때 무조건 굶기보다 탈수를 막기 위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 좋다.
③기름진 음식보다 섬유질이 풍부한 통곡식, 신선한 채소를 먹어야 한다. 장 건강에는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다. 현미와 통밀, 보리와 같이 정제되지 않은 곡류, 다시마, 미역과 같은 해조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자주 먹어야 한다. 다만 수박, 참외처럼 당도 높은 과일을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할 수 있다. 평소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염증성 장질환이 있다면 차가운 음료나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이 장을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④가벼운 운동과 함께 탈수를 막기 위해 물을 적당히 마셔야 한다. 덥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장 운동이 제대로 안 돼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산책이나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여름에는 탈수 되기 쉽고, 변비도 심해질 수 있으므로 운동 전후 물이나 이온음료 등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면 도움된다.
⑤규칙적으로 배변하는 습관을 갖는다. 올바른 배변 습관을 가지려면 대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에 배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매일 배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루 3번, 3일에 한 번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배변하면 된다. 하루 이틀 변을 보지 못했다고 초조해 하거나 변의(便意)도 없는데 너무 힘을 주지 말아야 한다.
⑥설사나 변비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도록 한다. 설사나 변비 등 배변 장애와 함께 복통이나 혈변, 체중 감소가 있다면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세균 감염에 의한 장염은 이물질인 세균을 배출하기 위한 대장의 정상적인 작용으로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지만 혈변 증세나 합병증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한편, 속 쓰릴 때 자주 먹는 제산제가 세균성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토머스 맥도널드 영국 스코틀랜드 던디대 교수는 1999~2013년 제산제 처방을 1회 이상 받은 18만8,000여명과 대조군 37만6,000여명을 비교한 코호트 연구결과에서다. 제산제 처방군이 대조군보다 세균성 장염 발생률이 2.72배 높았다. 맥도널드 교수는 “제산제가 장내 모든 균에게 악영향을 줘 쉽게 감염되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균성 식중독 원인균과 증상> (자료: 식약처) 세균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