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원대표자회의(전당대회)를 열고 3선의 이혜훈(53ㆍ서울 서초갑) 의원을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이 의원은 권역별 당원 투표 및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36.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의원의 중립 선언에도 불구, 유 의원을 지지했던 당심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를 지향해 온 이 의원에게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보수의 본진이 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며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을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의 선명성 강화와 존재감 부각을 통해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적자’ 경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다짐이다. 이를 위해 보수의 희망인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하는 ‘보수 대수혈’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맞닥뜨릴 정치 여건은 결코 녹록지 않다. 바른정당은 ‘개혁 보수’ 기치를 내걸고 옛 새누리당에서 탈당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유 의원이 7% 득표에 그치는 한계를 드러냈다. 국정농단 사태를 초래하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한국당보다도 낮은 지지율, 보수 지역기반 없이 가치만 들고 출발한 보수당이라는 한계를 빨리 뛰어넘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분열된 보수를 통합해 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이 대표가 보수 재건의 밑거름이 되려면 한국당과는 확연히 다른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의 길을 제시하는 게 관건이다. 현재 한국당은 사사건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막말 선동으로 보수 표심을 자극하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 그 결과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107석을 지닌 제1야당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이 대표는 “여당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생산적인 대안정당, 합리적인 대안정당부터 시작하겠다”며 “진영에 매몰되어 사사건건 반대하는 발목 잡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보수 유권자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일부 철새 정치인들의 한국당 복당 사태 당시 시민들이 바른정당에 커다란 성원을 보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한국당의 꼴불견 행태 탓에 바른정당을 포함한 보수 전체가 총체적 불신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이 약자와 소외 계층을 배려하는 바른정당의 합리적 보수 노선을 높이 평가하는 게 사실이다.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깨끗한 보수, 열린 보수, 당당한 보수를 지향하는 것만이 바른정당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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