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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이해진 미래에셋 박현주, ITㆍ금융 ‘두 거물’ 손잡다

입력
2017.06.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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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상대 주식 5,000억씩 매입

“실체적 협력 이뤄내겠다” 의지

디지털 금융사업 공동 진출

인공지능ㆍ스타트업 발굴키로

박현주(왼쪽)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박현주(왼쪽)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국내 최대 인터넷 전문기업 네이버와 국내 1위 증권사 미래에셋대우가 손을 맞잡았다. 이를 위해 양사는 상대편 주식을 각각 5,000억원씩 사들이는 상호 지분투자에 합의했다.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처리 기술과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기술ㆍ금융 콘텐츠를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승부수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는 26일 서로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전략적 제휴에는 ▦국내외 디지털 금융사업 공동진출 ▦금융 분야 인공지능(AI) 공동연구 ▦국내외 첨단 신생혁신기업(스타트업) 공동 발굴과 투자 등이 포함된다. 양사는 전략적 제휴를 마무리하는 대로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제시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비(非)대면,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이 생활화되는 과정에서 금융과 정보기술(IT) 영역의 ‘빅 플레이어’가 힘을 합쳐 새로운 융합 기술을 선보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또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상대방 주식을 5,000억원씩 매입해 수년간 보유하기로 했다. 단순한 제휴 수준을 넘어 실체적 협력을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네이버 주식 56만3,063주(1.71%)를 27일 장 개시 전 시간외 대량매매로 매입한다. 네이버 역시 같은 조건으로 미래에셋대우 주식 4,739만3,364주(7.11%)를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과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우호 지분을 늘릴 목적으로 기업간 자사주를 교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신사업 추진을 위해 다른 업권의 회사가 대량의 자사주를 교환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두 회사가 상대방 자사주를 상호 매입함으로써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6조7,000억원에서 7조1,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게 됐다. 자기자본이 증가하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는 물론 종합투자계좌(IMA) 운용에 대한 준비 등도 좀 더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12월에도 네이버와 함께 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관련 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신성장투자조합(1,000억원 규모)을 결성한 바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셀트리온, GS리테일 등과도 손을 잡았는데 모두 박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었다. 신성장투자조합 활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각자의 금융 노하우와 기술력이 접목할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다는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국내 4차 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조성한 신성장투자조합의 활동도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네이버와의 전략적 제휴로 국내는 물론 해외, 특히 동남아 시장에서 디지털금융 시장을 선점할 기회도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와의 협력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현지 법인에게 온라인 개인 고객을 대거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김대환 미래에셋대우 경영혁신부문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최고 인터넷 기업 네이버와 확고한 파트너십 관계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금융ㆍIT 기술을 융합해 성장할 계기를 마련한 점에서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 미래에셋대우와 긴밀하게 협의해 AI 등의 기술과 금융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로 시너지를 창출하며 주주 가치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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