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으로 맞서라” 거듭 주문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감이 적지 않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은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고 미국은 사드 문제로 거세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동맹 원칙을 강조하며 차분히 대응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문한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미 동맹은 민주주의라는 공동 가치를 기반으로 군사, 통상, 문화 등을 아우르는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동맹이라는 원칙론을 문 대통령이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에 동의할 수 있도록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등도 한미동맹이라는 하나의 상자 속에서 다루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첫 만남인 만큼 욕심을 낼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 사드 배치 문제도 원칙론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당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으로 압박을 하되 대화 가능성도 열어둔다는 선에서 한미 양국이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능하다면 한미동맹 차원에서 사드 배치뿐 아니라 철회의 조건, 이와 관련한 일정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문제와 관련해 미 정부가 보다 적극적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은 향후 미중 사이에 전략적 이익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점을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본보기를 보이려는 측면이 적지 않다”며 “미국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공동 기자회견에서 돌발발언 등을 하는 ‘트럼프 리스크’ 가능성도 우려하며 원칙론으로 맞설 것을 거듭 주문했다. 김한권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나름대로 판을 흔들고 싶어할 것”이라며 “굳이 조목조목 반박하거나 물러선다면 페이스에 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한 원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정치경험이 훨씬 앞선다”며 “의도된 동문서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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