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5일 발표한 ‘주요 기업 현금흐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위 1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13년(1,500조원) 이래 2년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1,532조원으로 반등했다. 이에 따라 영업활동 현금 유입 규모도 2014년 116조원에서 지난해엔 171조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현금 유출을 보면 투자활동은 2013년 약 146조원이던 게 크게 감소해 지난해엔 120조원 초반에 머물고, 대신 2014년까지 유입액이 많았던 재무활동은 2015년 유출액 초과(16조1,000억원)로 돌아서 지난해엔 33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재무활동 현금 유입은 기업이 사업확장 등을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는 얘기다. 반대로 재무활동 현금 유출은 조달한 자금을 상환했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의 돈벌이가 좋아졌는데도 투자활동 현금 유출이 줄고, 재무활동 현금 유출이 늘었다는 건 돈을 벌어 새로운 투자에 나서지 않고 빚 갚기에만 신경을 썼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투자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 투자환경 조성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은 아니다. 기업은 돈 벌 자신만 있으면 정부가 투자하지 말래도 필사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투자를 사정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5년 정부는 경기과열을 우려해 재계에 투자 자제를 요청했으나, 당시 중국 시장의 부상을 의식했던 전경련은 “사업이란 (키울) 때가 있는 법”이라며 철강, 자동차 등에 걸쳐 너도나도 투자에 나섰다가 결국 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정부의 역할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하고 좀처럼 새로운 성장산업이 떠오르지 못할 땐 정부라도 나서 투자를 활성화하는 적극적 정책을 가동해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래 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재벌개혁, 일자리 정책 등에서는 강력한 개혁적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도, 기업 성장 의지를 자극하는 정책은 외면하다시피 했다. 말로는 기업 성장도 중요하고 규제개혁에도 나서겠다지만, 기본적인 경제활성화법안의 국회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공정경제만 정책이 아니다. 기업이 선선히 투자를 감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책도 그에 못지 않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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