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200분 데이터 1GB 月2만원
정부, 내년부터 의무화 추진
“요금제마다 데이터량 연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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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 “경쟁 막는 탈시장주의”
헌법소원-행정소송 등 대응 검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으면서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보편요금제’가 이동통신시장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보편요금제는 기존 월 3만원대에 해당하는 ‘통화 200분ㆍ데이터 1기가바이트(GB)’를 2만원에 제공하는 요금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서민층의 부담을 즉각 낮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요금 체계 전체를 뜯어고쳐 누구나 통신비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기본료 폐지만큼 손실이 크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25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하반기 중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계획대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년 이동통신시장 1위 업체인 SK텔레콤에서 가장 먼저 보편요금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양환정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22일 “SK텔레콤에만 강제하면 KT, LG유플러스도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현재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들은 요금제를 바꿔 즉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서만 연 1조원 절감 효과가 생긴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보편요금제 이용자만 혜택을 보는 건 아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출시로 데이터 요금제 하한선이 3만원대에서 2만원으로 내려가면 그 이상 요금제도 데이터 제공량이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재 데이터 2GB를 주는 4만원대 요금제는 3~4GB로, 3~6GB를 주는 5만원대는 4~8GB로 제공량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그 결과 3만원대 이상 요금제 가입자들도 월 1만1,000원 이상의 혜택을 보게 돼, 연간 1조2,000억원 가량이 추가 절감될 것으로 미래부 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은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현 요금제에서 가격대별 데이터양이 1~2GB씩 증가할 것으로 단순 계산하고 있지만, 이통 3사는 5만원대 등 중간 가격대를 아예 없애는 방식으로 요금 체계를 바꿀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가령 기존 5만원대에 데이터 6GB를 쓰던 이용자는 4만원대(4GB)와 6만원대(10GB) 중 울며 겨자 먹기로 6만원대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이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대신 보조금이나 멤버십 등 다른 혜택을 줄여 전반적으로 소비자 편의가 퇴보할 수도 있다.
이통 3사가 보편요금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도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편요금제 도입에 따른 예상 절감액은 연간 최대 2조2,000억원으로,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20%→25%)으로 인한 1조원의 2배가 넘는다. 그만큼 이통 3사 매출에 타격이 크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통 3사의 요금 담합을 조장하고 경쟁을 막는 탈시장주의적 행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에 업계의 우려를 전달하는 방안과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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