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지저분하게 놀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하지만 박나래는 정도를 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자신은 철저히 망가져도 상대방에게 화살 돌리는 법이 없고, 술을 좋아할 뿐 사고는 절대 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래바도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공간이다.
최근 성대 수술로 잠시 나래바를 쉬어간 박나래는 수많은 팬들의 진심 어린 걱정을 받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국일보 사옥에서 인터뷰 차 박나래를 만났다. 기자가 수술 후 건강을 걱정하자 도리어 박나래는 "수술로 아픈 이미지가 될까 걱정"이라며 씩씩한 모습이었다.
-수술 후 첫 인터뷰인데, 살이 좀 빠진 것 같다
"살이 좀 빠졌는데 다시 술을 마시는 바람에 왔다갔다하고 있다. 술 안 먹고 일찍 자고 이러니까 살이 빠지더라. 원래 과식, 야식도 하지 않는 스타일이고 식습관이 좋아서 혹시 천수를 누릴까봐 백수만 누리려고 술을 마신다.(웃음) 수술한 후엔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기가 걸려서 기침하고 안 좋았는데 지금은 괜찮다."
-어떤 수술이었나
"성대의 물혹을 제거한 거고, 폴립 수술이라고 한다. 성대 결절과는 좀 다른 거다. 1박2일 입원을 해 있었다. '나 혼자 산다' 때문에 엄청 커 보였는데, 사실 첫 수술이 아니라 두 번째 수술이었고, 안정을 취했으면 나아질 수 있는 건데 계속 일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수술 후엔 고정 스케줄을 좀 줄이면서 몸에 신경을 쓰고 있다."
-두 번째 수술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술 때문에 수술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 물론 제가 술을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일이 잘 되고 바빠지면서 술자리가 정말 많이 줄었다. 일하는 전날에는 절대 술을 안 마시는 철칙이 있어서 술자리도 줄었다. 일이 그만큼 많이 생겼다는 말이기도 하고. 제가 이렇게 활동을 하기 전에 10년이라는 세월을 준비하면서, 놀면서 보냈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다 쓰고 싶은 마음에 욕심을 부렸는데 그 여파가 확 오더라. 성대가 선천적으로 약하다. 연극했을 때도 2~3주 가량 목이 쉰 상태로 있고 목소리 안 나오곤 했다. 그래도 연극은 끝나면 쉬는 시간이 있고 매일 하진 않았는데, 일이 잘 풀리고 나서는 매일 스케줄이 있었으니까. 그땐 스테로이드 주사 맞으면서 일을 했었다. 스테로이드 주사가 일시적으로 목이 괜찮아지는 효과가 있다. 물론 먹는 약도 먹었고, 그게 안 되면 주사 맞고 수액 맞을 때도 있고. 그랬더니 제가 너무 힘들더라. 제가 힘든 건 둘째 치더라도 방송 관계자라든가 동료분들께 죄송한 거다. 제가 가진 100%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하다가 힘에 부치는 걸 느끼니까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싶어서, 좀 멀리 가려고 욕심 내서 수술을 결심했다."
-예전에 만났을 때도 목이 좋은 상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도 목소리가 허스키했다. 들어보니까 선천적으로 성대가 약하다고 하더라. 말하는 습관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그걸 바꾸기 쉽지 않았다. 웃는 거라든가, 얘기할 때 얌전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코미디에서 캐릭터를 맡아도 얌전한 건 아니니까 그 보통 사람들 보다 에너지를 많이 내는 거다."
-나래바는 다시 열었나
"재개업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테라스도 개장했다. 물론 술은 많이 줄였다. 2~3주 동안 금주를 했었다. 금주 하니 삶이 너무 무료하더라. 주변엔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 제가 안 마시니까 기분이 너무 묘하더라. 이들도 묘해 하고 말이다. 밤 12시, 1시까지 놀다왔는데도 안 논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조금 마시기 시작했다."
-그간 걱정해준 팬들에게 한 마디
"여러분. 제가 체력이 굉장히 좋습니다. 성대는 약하지만. 이미 10년을 쉬었기 때문에 아직 저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는 거죠. 잘 된 지 2년 반 됐고, 아직 7년 반 정도가 남아 있기 때문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운동 열심히 하고 있고, 웃음을 주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하고 있고, 사고 안 치려고 늘 노력하고 있으니 아슬아슬하게 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너는 술 얘기 빼고 할 게 없냐' 그러는 데 저는 술 얘기만으로도 여러분께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새로운 모습도 좋지만 초심 잃지 않고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하겠습니다. 친근하게 다가와주시면 좋겠어요. 전 쉬운 여자니까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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