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대 출신 엘리트 40대 여성의원
나이 많은 비서에 상습폭언 드러나 탈당
내달 2일 도쿄도의회 선거 앞두고
지지율 급락 아베 정권에 악재 연발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재선의원 그룹이 ‘사고뭉치’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던 2012년 중의원 총선 때 대거 국회로 진입한 신인들이다. 재선이지만 일본은 의회해산에 따른 조기총선이 수시로 반복돼 의원 경력으로 따지면 한국 초선의원과 비슷한 격이다. 사학스캔들로 지지율 급락을 겪고 있는 아베 총리가 이번엔 자민당 여성의원의 ‘갑질’ 폭언ㆍ폭행이란 악재를 또 만났다. 이 때문에 일본 정가에선 “선거돌풍 덕분에 무더기 당선된 신인들 중 함량미달 인물이 상당히 많았던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22일 발행된 주간신조(週刊新潮) 최신호는 사이타마(埼玉)현의 2선 중의원인 도요타 마유코(豊田眞理子·43) 의원이 최근까지 정책비서였던 55세 남성 A씨에게 인격 모독에 가까운 폭언과 폭행을 해왔다고 폭로했다. 도요타 의원은 지난달 말 이 남성이 운전하는 차량 뒷좌석에서 업무상 실수를 지적하며 얼굴과 등을 마구 때려 상처를 입혔다. 그 자리에서 “대머리야, 죽을래?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는 등 폭언을 퍼붓고, A씨의 딸까지도 협박하는 듯한 폭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서관이 직접 녹음한 음성파일이 일본 내 방송프로에 등장하면서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 도요타 의원 측은 언론에 “도요타 의원이 (피해) 비서에게 사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곧바로 탈당계를 제출했다.
도요타 의원은 엘리트 출세 코스를 밟아 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명문 도쿄대 법대와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을 거친 후생노동성 관료출신으로, 문부과학성과 부흥청에서 정무관(차관급)을 역임했다. 그러나 의원 당선 후 채용된 비서들이 ‘정상인은 견딜 수 없는 인격모독’에 시달리며 그만둔 사례가 반복돼 왔다고 한다.
더욱이 도요타 의원은 아베 총리와 같은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소속이다. 안 그래도 궁지에 몰린 아베 정권에겐 또다른 악재란 점에서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의원 2선째 의원군이 연달아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4월 나카가와 도시나오(中川俊直) 경제산업성 정무관이 불륜문제가 들통나 사임했고, 지난달에는 오니시 히데오 의원이 “암 환자는 일을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돼 자민당 도쿄도련(東京都連ㆍ도쿄도당)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3월에 내각부에서 쫓겨난 무타이 슌스케(務台俊介) 정무관도 재선이다. 태풍 피해지역 시찰 중 장화를 신지 않고 직원 등에 업혀 물웅덩이를 건넜다가 거센 비난을 받은 뒤에도 “장화업계가 나 때문에 돈을 꽤 벌었을 것”이라고 말해 화를 자초했다. 아내의 출산에 맞춰 남성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선언한 뒤 불륜이 발각돼 의원직을 내놓은 미야자키 겐스케(宮崎謙介) 역시 재선이었다.
당내 원로들이 재선 그룹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관리 지시까지 내렸지만 “아베의 얼굴로 쉽게 당선된 재선들은 나사가 풀려있어 도무지 속수무책”이란 촌평이 나오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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