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반대 단체가 24일 예정한 집회가 주한 미국대사관 뒷길에서도 조건부로 허용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강석규)는 23일 '사드저지 전국행동'이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에 반발해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당초 단체가 신청한 미국 대사관 앞쪽 세종로 행진에 이어 미 대사관 뒷길에서도 행진이 허용된다.
구체적인 경로는 종로소방서 우측에서 종로 1길을 따라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좌측을 거쳐 세종대로와 만나는 지점까지다.
단, 재판부는 이 구간은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사이에 1회에 한해 20분 이내에 신속히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앞서 주최 측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미 대사관의 앞뒤 양 갈래로 행진하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은 행진 참가자들이 미 대사관을 완전히 포위하게 돼 마찰 등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대사관 앞쪽 세종로 행진 신고만 받아들이고, 대사관 뒤쪽으로는 행진할 수 없도록 제한 통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가 한미 관계에서 민감한 현안인 사드 배치 문제에 반대 의사 표시를 할 목적으로 개최되는 것이지만 미국 대사관은 사드 배치에 관한 의사결정 기관이 아니고, 집회 개최 예정일인 24일은 토요일로써 대사관 업무가 없는 휴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체는 잠시나마 미 대사관을 에워싸는 모습으로 행진함으로써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의사 표시를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일 뿐 미 대사관에 어떤 위해를 가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종전의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역시 별문제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던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다만 미 대사관 뒷길의 행진을 제한 없이 허용하면 행진 구간 초입에 있는 종로소방서의 기동로가 장시간 방해 받아 긴급 출동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시간을 일부 제한했다.
법원의 조건부 허용 결정에 따라 단체 측은 이날 오후 4시 서울광장에서 약 3천명 규모 집회를 열고 미국 정부에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미 대사관까지 행진해 오후 6시쯤 대사관을 참가자들로 에워싼 형태로 강강술래, 현수막 파도타기 등을 하는 '인간 띠 잇기 평화행동'을 펼칠 예정이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9개 중대 4,700여명의 경찰병력을 배치한다. 미 대사관 주변에는 차벽 없이 폴리스라인만 설치한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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